제주 시조시인 김진숙은 최근 두 번째 시집 《눈물이 참 싱겁다》(문학의전당)를 펴냈다. 첫 시집 《미스킴라일락》 이후 6년여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삶’이라는 현장에 주목했다.

출판사는 “예리한 목소리, 관찰력으로 시인이 새롭게 그려내는 생활의 자화상은, 이미 아는 것들이지만 생경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힘으로 호흡한다”며 “시인의 터전이기도 한 ‘제주도’의 여러 삽화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생활의 진실을 깨우고, 다시금 들춰봐야 할 역사의 이면까지 들여다보는 넉넉함으로 독자들에게 광활한 시간을 선사한다”고 소개한다.

소개글을 쓴 이종형 시인은 “김진숙의 시는 정성스럽게 먹을 묻히고 조심스럽게 떠낸 탁본(本)처럼 고요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풀어내는 담백함이 오히려 깊은 울림이 된다”고 평가했다.

 

장마
김진숙

산수국 꽃잎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당신은 띄어쓰기도 없이 눅눅한 시를 쓰고

한 번씩 숨넘어갈 듯 바다 향해 울었다

 

눈물이라는 장르
김진숙

봄 오는 길목에 이따금 갇히곤 한다

두부 같은 날들이 책상 위에 물렁하다 다 식은 커피 잔 읽지 못한 시집까지 쌓아둔 구름 조각들 두서없이 축축하고 수도꼭지 잠그는 걸 금세 또 잊었는지 행운을 꿀꺽, 삼켜버린 부엉이가 한눈팔지도 않고 무슨 주문을 외우는지 거실 밖 이월 바람이 자꾸 창을 두드려 꽁꽁 얼려두었던 내 안의 세포들은 옛집 슬레이트 처마 끝에 매달려 싱겁고 싱거워진 계절을 훌쩍이다가 사진 속 넉넉한 아버지가 두 스푼 된장을 풀어 끓여낸 아침의 시를 맛있다, 연신 드시는 목소리를 듣곤 해

첫 음을 항상 놓치는
눈물이 참 싱겁다

 

시인은 책 머리에서 “너무 애쓰지 마라. 눈물을 이길 수 없다. 이길 수 없다면 그냥 견디는 것이다. 밤의 문장을 건너 아침이 온다”는 절제된 소감을 밝혔다.

김진숙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제주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 2008년 <시조21>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미스킴라일락》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작품상 수상, 2017년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현재 한림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며 살고 있다.

116쪽, 9000원, 문학의전당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