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검증위 3373억 예치 요구의 1/3 수준...먹튀 방지 자본검증 요구 도민여론과 배치

제주 최대 개발사업으로 5조2180억원을 투자하겠다던 오라관광단지 사업자가 자본검증을 거부한데 이어 사업승인을 내주면 1억불을 예치하겠다고 제주도에 제안해 논란이다.

가속화되는 제주 난개발 부작용과 관련,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철저한 자본검증 절차를 요구한 도민사회의 여론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제주오라관광단지 사업자인 중국 화융그룹 자회사 JCC는 지난 10일 오후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자본검증위원회에서 제시한 투자자본금의 10%인 3373억원이 아닌, 3분의 1 수준인 1181억원(약 1억불)만 예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제주도는 JCC측에 7월10일까지 "자기자본 10% 예치가 불가하다면 현금예치에 상응하는 수준의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데 따른 답변이다.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제주시 오라2동 일대 357만5000여㎡에 제주 최대 규모의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관광호텔 2300실, 휴양콘도 1270실, 명품 빌리지와 같은 상업시설, 생태전시관, 워터파크, 18홀의 골프장 등이 계획됐다.

투자금액만 5조2180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투자된 신화역사공원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워낙 투자규모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제주도의회와 시민사회에서 오라관광단지에 대한 자본검증을 요구했고, 제주도는 2017년부터 자본검증위원회를 가동해 오고 있다.

제주도 내 상당수 개발사업이 사업 승인만 받고 먹튀하거나 실제 투자액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이에 대한 도민 반발여론이 큰 것이 사실. 

JCC는 총 투자액 5조2180억원 증 64.5%인 3조373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나머지 1조8447억원은 휴양콘도나 빌리지 분양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자본검증위원회는 지난해 12월28일 JCC가 투자하겠다던 자기자본 3조3730억원 중 10%인 3373억원을 6월말까지 제주도가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JCC가 자본검증위 결정이 초법적인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자 제주도는 현금예치에 상응하는 수준의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JCC는 공문을 통해 '사업 승인을 해주면 착공전에 1억불(1181억5000만원)을 예치하겠다'고 밝혔다.

JCC는 오라단지 사업을 위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토지매입과 사무실 운영 등을 위해 이미 1600억원을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JCC의 공문 회신에 따라 제5차 자본검증위원회 회의를 개최하려던 제주도는 '난감'한 분위기다. 

JCC측의 답변이 사실상 '자본검증위'의 결정과 큰 차이가 있고, 결국 자본검증위 무용론이나 자본검증 요구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JCC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여서 실무적으로 추가 협의를 진행하겠다"며 "사업자측에 시간을 갖고 보완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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