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세대’   

제주전통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했다. 오남용이다. 근래에 등장한 ‘단어’도 아닌데 무엇에건 지속가능성이 붙는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있어야죠’, ‘지속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죠’, ‘문화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있어야죠’, ‘축제가 지속가능해야죠’, ‘지속가능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등 ‘오래, 잘 한다’는 의미의 대체어가 되었다.

지속가능성이란 환경적으로 책임 있고, 사회적으로 공정하며, 지역사회에 경제적 편익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자원을 이용함으로써, 현재의 이용 요구를 충족시키고 미래세대의 이용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특히 많이 오남용 되는 경제적 편익이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함에 따라 뜻하지 않게 생기는 경제적 소득을 말한다. 내 주머니에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수익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지속가능성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세대’다. 미래세대의 이용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것을 고려한  개발 활동을 말한다. 혹자는 현재 내가 잘 먹고, 잘 살아야 내 자손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즉 환경과 관련된 이슈를 논할 때 사용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전 지구적으로 미래에도 건강한 지구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1972년 유엔 인간과 환경 회의에서 ‘지속가능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단어가 첫 등장했다. 국제사회는 인간환경선언을 통해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펼쳐나갈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후 1987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처음 정의 내렸다. 그리고 2015년 9월 유엔총회에서 193개국의 동의하에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공식 채택하여 전지구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다섯가지 구성요소인 사람,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 부문별로 국제사회의 노력이 분주하다.

제주도의 가장 큰 이슈인 ‘관광’ 문제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해보면, 생태관광이 그 화두에 있다. 자연, 녹색, 농촌체험 등의 단어를 상품명에 두고 친환경, 혹은 생태관광이라 광고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린워싱(실제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상품인 척 하는 것)인 경우가 다수다. 곶자왈에 길을 내고 공원을 만든 곳이 생태공원이며, 해안절벽지에 불법으로 건축된 카페가 친환경 카페가 아니다. 숲이나 바다에서 자유로운 상태의 동식물을 수렵ㆍ채집하는 활동이나 한라산이나 오름에 길을 내가며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연체험이 아니다. ‘생태’를 배경삼아 도심의 인위를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경제논리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세계적으로도 후진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무분별한 관광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탄생한 것이 ‘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다. GSTC의 국제 기준은 UNEP, UNWTO, IUCN, ASTA, Marriott 등 27개 기관, 8만 명의 관광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4,500개의 기준과 60개의 인증시스템을 분석하여 2008년에 마련되었다. 지속가능성 관리, 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편익 극대화, 문화유산의 가치증진,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저감 등 4개 기준별 지표가 마련되어 있고, 인증을 받기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제주도에도 GSTC 인사들이 많이 다녀갔다. 도내 행정기관과의 미팅도 수차례했다. 엄격하게 기준을 지켜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무단에서 움직이지 않아 아직도 가입하지 않았단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뉴스에서는 내내 ‘제주의 OOO 지속가능성’을 이야기 하니 안타깝다. 

현 세대가 누리는 문화는 진화하는 게 맞다. 그래서 문화로 통용되는 현상들, 그리고 화폐로 환산되는 경제현상에 관해서는 ‘지속가능성’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듯 진화하는 미래세대가 우리가 지금 느끼는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더 이상 망가트리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말이다. / 김소은 (사)섬 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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