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제주법원, 부영호텔 주상절리 경관 사유화 논란 소송서
"환경공익 보호 우선, 지역주민 환경권 개별이익 보호" 판단

부영호텔 경관 사유화 논란과 관련해 법원이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됐더라도 환경적 가치와 주민들이 권리를 고려해 제주도가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강재원 부장판사)는 부영주택(주)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중문관광단지 2단계 지역 내 호텔(2,3,4,5호텔) 건축허가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부영주택이 2016년 2월 서귀포시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인근 29만3897㎡에 총객실 1380실 규모의 부영호텔 4개동을 짓겠다며 제주도에 건축허가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중문관광단지 개발사업 시행사인 한국관광공사는 1996년 8월 제주도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았다. 당시 중문관광단지 2단계 지역 건축높이 상한선을 20m(5층)로 정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001년 5월 건축물의 높이를 35m(9층)로 높이는 개발사업의 변경승인 신청을 하고 제주도는 이를 받아들였다.

부영주택은 2006년 12월 한국관광공사와 사업부지를 매수하는 내용의 입주 및 토지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6년 2월 호텔 4개동을 짓겠다며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변경절차를 누락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2016년 12월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 3월과 8월, 10월 환경보전방안과 환경보전방안 조치이행계획서를 연이어 제출했지만 제주도는 건축물 높이와 주상절리대 해안경관 등을 이유로 재보완을 요청했다.

보완 요청이 계속되자 한국관광공사는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2017년 11월 재차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제주도는 협의 먼저 하라며 그해 12월 이를 반려했다.
  
부영주택은 이에 반발해 2017년 12월 제주도를 상대로 환경보전방안 조치(이행)계획 재보완 요청 취소와 건축허가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연달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부영주택은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 미이행은 법에서 정한 건축허가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부영호텔(2,3,4,5호텔) 건설은 중문관광단지 2단계 사업의 구체적인 시행에 해당하는 만큼 건축허가 역시 단지 개발사업 내용에 구속되고 그 계획에 부합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건축물의 높이를 5층에서 9층으로 높이는 경미하지 않은 사업계획 변경인 경우, 추가적인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해 사업계획서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001년부터 최소 9차례 이상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해 제출했고 17차례 이상 사업 변경 승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호텔 층수는 9층으로 적시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는 이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층수 변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환경보전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설령 협의가 이뤄졌더라도 제주도가 환경보전을 이유로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개발사업 시행승인 시점인 1996년부터 건축심의 신청이 이뤄진 2015년 사이에 주상절리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고 환경보호에 관한 지역의 가치가 높아진 점을 예를 들었다.

재판부는 “제주의 지질학적 특성과 도민들의 인식변화 사정으로 인해 환경적 가치에 대한 보호가 강조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완료됐더라도 제주도는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입법취지는 환경공익에 대한 보호와 함께 지역 주민들이 환경 침해를 받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개별적 이익에 대한 보호까지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환경운연합은 “이번 판결을 자연경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최근 경관파괴와 훼손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강화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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