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친구’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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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를 위한 놀이 수업] 2. 사랑 받고 있음을 실감하는 '친구 지도 그리기'

“엄마, 아빠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어린이 못지않게 부모님, 선생님 등 연장자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친구 상상력이 위축된 모습으로 보여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친구 상상력’에 대한 놀이를 가져왔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어른이 되는 시대는 지금의 어른보다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일하겠죠? 지구촌이 점점 가까워지고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친구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친구 지도 그리기’ 놀이는 자신을 중심으로 관계하는 친구를 마인드맵의 원리로 배치하거나 지도 형태로 그리는 놀이입니다. 마인드맵의 세 가지 원리인 원 모양, 여러 가지 색깔 사용, 그림 삽입 등의 기법으로 뇌리에 각인할 수 있는 나만의 관계 지도를 만드는 멋진 놀이입니다. 그림책 읽어주기와 퀴즈로 대화하면서 자연스레 놀이 방법을 익히면 예닐곱 살 미취학 아동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 지도 예시. 원 모양, 다양한 색깔, 그림 삽입의 원리(마인드맵)를 이용하면 기억에 남는 관계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친구 지도 예시. 원 모양, 다양한 색깔, 그림 삽입의 원리(마인드맵)를 이용하면 기억에 남는 관계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친구 지도 그리기의 놀이 정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모든 것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친구의 상상력. 둘째는 ‘친구와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상호성의 원리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한 놀이 안에서 표현했습니다.

‘친구 지도 그리기’ 놀이의 튜토리얼 그림책은 2권입니다. 뿌리가 되는 그림책은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책읽는곰)입니다. 그림책 속의 주인공인 하마 붕붕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다투다가 마치 군비 경쟁을 하듯 친구를 자랑하는 산이와 미래는 유치원을 다니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책 속의 곰돌이와 친구가 되고, 원장선생님과 친구가 되고, 개미와 친구가 되고, 하늘과 친구가 되고, 심지어 노래와도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친구의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그림책이죠. 아래와 같은 퀴즈 또는 생각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하면 놀이에 대한 이해가 좋아집니다.

“친구가 될 수 있는 대상은 무엇이 있었나요?”
“친구가 될 수 있는 대상 중 가장 큰 것은?”
“개미와 친구가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내가 자연에게 한 선물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모든 것 중 가장 친구 삼고 싶은 것은?”(그 이유는?)

대화가 충분히 오가고 나면 네 가지 친구를 표현하도록 합니다. 첫 번째는 사람(연령대 상관없이), 두 번째는 동물(곤충 포함), 세 번째는 물건, 네 번째는 자연입니다. 물론 다른 친구들을 덧붙이는 것은 어린이의 자유입니다. 사람을 두 명 할 수도 있고, 동물을 세 마리 그릴 수도 있습니다.

친구 지도 그리기 놀이는 또 하나의 튜토리얼 그림책이 있습니다. 《안나의 빨간 외투》(비룡소)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먹을 것도 떨어지고 안나의 옷도 낡아버려 절망스러운 상황. 안나의 엄마는 지혜를 발휘해 집에 있는 물건들을 선물로 삼아 농부 아저씨에게 양털(금시계 선물)을, 물레질하는 할머니에게 작은 실(램프 선물)을, 옷감 짜는 아주머니에게 옷감(석류석 목걸이 선물)을, 재봉사 아저씨에게 완성된 외투(차주전자 도자기 선물)를 선물 받는 이야기입니다. 친구들과 어떤 선물을 주었고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그림책이기 때문에 두 번째 튜토리얼로 적당합니다. 만약 《안나의 빨간 외투》 내용이 어렵다면 이 책의 쌍둥이 남동생 그림책인 《펠레의 새 옷》(비룡소)를 읽어주셔도 좋아요.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친구 지도 그리기 놀이의 두 가지 기본 정신을 표현하기 위한 두 권의 그림책 튜토리얼. 어디까지 친구로 가능한지 친구의 상상력을 한껏 키워 줄 《온세상에 친구가 가득》(왼쪽), 선물로 관계 맺는 공동체 정신을 담은 《안나의 빨간 외투》.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이렇게 많은 존재가 너를 사랑한단다

제가 제안하는 그림책의 기본 원리는 그림책 읽기와 퀴즈로 놀이 이해하기입니다. 하지만 퀴즈가 너무 많을 경우 오히려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온세상에 친구가 가득》에서는 친구의 상상력을 한껏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질문을 했다면 《안나의 빨간 외투》에서는 관계도를 위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냥 해주면 될 텐데 왜 선물을 받았나요?”
“대가를 받았는데 왜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나요?”

그림책에서는 교환과 선물에 대한 구분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구분이 안 되죠. 저는 어린이들에게 식당에 가서 돈 내고 밥을 먹는데 왜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해야 되는지 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비록 식당은 돈을 받고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지만 음식에 들어간 정성은 분명히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어린이들이 언젠가는 선물에 담겨 있는 교환의 성격을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놀이가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놀이 방법이 어려운지 그렇지 않은지는 학생들이 낸 결과물이 결정합니다. 몇 가지 결과물을 감상하실까요?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의 친구지도. 마인드맵의 원리와 선물의 주고 받음(화살표)이 잘 표현돼 있습니다.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친구 지도. 선물의 주고받음은 없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와 실제 지도에 가까운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선물 관계와 마인드맵 방식은 권장 사항일 뿐 실제 표현을 선택하는 것은 어린이들입니다.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6세 미취학 어린이의 작품. 엄마의 도움을 받아서 완성했습니다. 선물의 주고받음을 잘 표현했어요. 제공=오승주. ⓒ제주의소리

친구 지도 그리기는 어린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놀이입니다. 동시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과 선물을 받고 있는지, 자신은 얼마나 보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들어줍니다. 한 참여자는 자신이 동네 산봉우리, 바다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부끄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동물, 곤충, 자연이 자신을 위해서 해준 선물과 그에 대한 자신의 보답으로 응답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사의 마음이 일어납니다.

사실 친구 지도 그리기 놀이는 부모님들이 더 좋아했던 놀이입니다. 자신과 주변의 따뜻한 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힐링’의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른만 그러겠습니까? 어린이들도 분명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오승주는?

1978년 제주 성산포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대에서 국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2003년부터 10여 년간 서울 강남에서 입시컨설팅, 논구술 특강 등의 일을 하다가 대한민국 입시구조와 사교육 시스템에 환멸감을 느꼈다.

이후 언론운동과 시민정치운동, 출판문화운동, 도서관 운동 등에 참여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변화의 힘은 가정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족의 끈이 이어지게 하는 일에 인생을 걸었다. 소홀했던 가정이 무너지기 직전, 아이의 간절한 외침 소리를 들었기 때문.

2013년 《책 놀이 책》을 써 아이와 부모를 놀이로 이어 주었고, 3년간의 공부방 운영 경험과 두 아들과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를 썼다. 아빠 육아, 인문고전으로 아이 깊이 읽기로 가족 소통을 꾀했다.

현재 《10대와 마주하는 인문고전_공자의 논어》, 《10대와 마주하는 인문고전_사마천의 사기》를 집필 중이며 아주머니와 청소년을 작가로 만드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글쓰기·책쓰기 강사로서 지역 도서관과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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