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반대위·범도민위 14일 긴급성명 “준공 2년 동안 크루즈항로 고시 못해”
문화재청, 연산호 준설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불허' 통보...'민군복합항' 대도민 사기

지난 2017년 9월 제주해군기지 민군복합항에 시험 정박 중인 퀀텀호의 당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017년 9월 제주해군기지 민군복합항에 시험 정박 중인 퀀텀호의 당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해군기지 준공 후 3년이 지났지만 암초 문제로 민군복합항관광미항 크루즈 항로가 지금껏 고시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최근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해군기지 크루즈 항로 주변 연산호의 준설을 위한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불허한다는 뜻을 전했다.

당초 제주도는 해군기지 내 대형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자유롭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방파제 진입각 30도의 크루즈 전용 항로와 추천 항로 고시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2017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세이프텍리서치에 의뢰해 ‘서귀포 크루즈항 항로고시를 위한 해상교통안전진단’ 진행했다.

용역 결과, 해양수산부의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인 12.4m에 미치지 못하는 4개 지점이 확인됐다. 이 중 일부에는 선박 입출항에 치명적인 암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해군은 각종 보전지역을 침범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입각을 77도 급선회해 입출항 하는 항로로 원안을 변경한 바 있다. 

이 경우 입출항 각도가 너무 급격해 서건도(썩은섬) 인근의 수중암초들과 좌초할 우려가 제기돼 다시 국무총리실 주도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지만 중립성을 두고 논란까지 일었다.

급기야 2012년 2월29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하고 국방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등이 참석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크루즈선 항로를 77도에서 30도로 변경 결정한다.

제주도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항로 고시를 준비했지만 설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심이 확인되면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결국 제주도는 바다 속 암반을 제거하기로 하고 올해 4월 문화재청에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천연기념물 제442호인 연산호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30도 항로법선은 도립해양공원만과 범섬 인근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core zone)과 범섬문섬의 천연기념물 421호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지역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애초 77도와 30도 항로 모두 지리적, 환경적 측면에서 부적합함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된 것이라며 정부와 해군을 맹비난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해군과 제주도는 항로 문제를 제기한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이를 준공 이후로 미뤄왔다”며 “이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강행을 위한 것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30도보다 큰 각도의 항로로 변경하게 된다면 안전문제로 크루즈선사의 부담이 커진다”며 “결국 민군복합항은 순수한 해군기지였다는 대국민사기극임이 밝혀진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제주도 이와 관련 “해군 함정 항로는 90도에 가까워 어려움이 없지만 일반 선박과 크루즈선은 문제가 된다”며 “최근 입항한 크루즈선도 30도 항로를 비켜서 입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로 변경 등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듣기로 했다”며 “도선사협회와 해양대 교수 등의 자문을 얻어 다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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