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이웃, 미등록 노동자] ③ 일자리 알선료 국적 따라 수백만원씩 지불
음성적 시장 비대, 범죄 등 부작용 속출…더 늦기전에 공론화·제도마련 시급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어느새 제주에도 1만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마땅한 대책도 없이 쉬쉬하는 사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은 산업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느덧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 현실이지만, 음지에 가려 여러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음지에 갇힌 이웃 ‘미등록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 현실과 법 규제 사이의 괴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인력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가장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일자리 중개자 역할을 하는 소위 '브로커'들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도 알선수수료가 연간 최소 백억 원대의 거액이 오가는 시장으로 변질되면서 사회적 문제도 양산하고 있다.

브로커의 형태도 변화의 조짐이 확연하다. 조직이 점점 단단해지고 대담하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미등록 노동자의 절대다수가 중국인이었던 초창기에는 브로커 역시 중국인이거나 한국어가 가능한 재중동포(조선족)들이 대다수였다. 중국 등 본국에서부터 모객 행위를 시작해 제주에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일정한 수수료를 떼어가는 방식이었다.

철저히 '점 조직' 형태로 운영돼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브로커들은 최근 들어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적도 다양해지고 인력규모도 확대되면서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로 중간 관리인을 두는 등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심지어 조직 내에는 가교 역할을 맡는 한국인도 다수 포함됐다는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국적마다 제각각 차이가 있지만 무사증 제도로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제주도는 여전히 브로커들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이 브로커들은 노동자들로부터 입국 이후 일자리까지 연결해주는 알선료로 중국인인 경우 50~150만원 선, 인도네시아·태국·캄보디아·필리핀 등 동남아 국적의 경우 200~300만 원 가량 지불된다는 게 현장의 증언이다.

최종 목적지가 제주가 아니라, 다시 제주에서 육지부로 빠져나가는 것은 이보다 더 높은 값을 치러야 한다. 이 경우엔 항공보다는 보안검색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화물용 선박 등으로 몰래 빠져나가는 경우가 다수로 보인다. 브로커 입장에서도 적발될 경우 사법처리 등 위험부담을 이유로 1인당 500~600만원 이상의 고액 알선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같은 ‘밀항’ 역시 최근 단속이 한층 강화되면서 적발사례가 늘어나자 이전에 비해 육지부로 밀항 시도 횟수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제주에 들어온 미등록 노동자 대부분은 제주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허가기간을 넘어서 제주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약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소재 파악은 불가능하지만, 제주에 들어온 입국기록은 있지만 제주를 빠져나간 기록이 잡히지 않는 외국인들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2012년 992명에 불과했던 제주 미등록 노동자 수는 2013년 1285명, 2014년 2154명, 2015년 4913명, 2016년 7786명, 2017년 9846명, 2018년 1만345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 6월 기준으로 13517명이다.

그나마 다수의 미등록 노동자들이 올해 초 운영된 '자진 출국 기간' 중 본국으로 대거 돌아가면서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본국으로 돌아간 미등록 외국인들은 제주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현장에 있던 중국인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일자리 중개업 종사자 A씨는 "같은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여도 연결된 브로커에 따라 지급하는 액수도, 지급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선금을 내야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불법체류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일당·주급 등을 정기적으로 수금하는 브로커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미등록 노동자들의 인력시장 규모는 소소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최저치로 잡아도 제주지역 불법체류자 1만여명이 100만원씩만 알선료를 낸다고 쳐도 최소 100억여원 이상이 오가는 시장”이라며 “1인당 수백만원에 이르는 알선료 현실을 감안할 때 한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음성적 시장으로 빚어지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제도적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농민 B씨도 “지금도 당장 반장(브로커)에게 연락만하면 인력 걱정은 없다. 당장 외국에서 데려다 부족한 인력을 채워주겠다고 자신한다. 실제로 O월O일 비행기로 ○○명을 데려오겠다고 하면 진짜 데리고 온다”라고 증언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브로커들은 데려오는 외국인 노동자들 규모에 비례해 알선료로 손쉽게 큰 돈을 만지게 되고, 미등록 노동자들 사이에선 막대한 알선료를 지불한 제주에서 적발되지 않고 어떻게든 끝까지 남아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이어진다. 음성적 시장이 커진 만큼 부작용도 속출한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연도별 제주 지역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는 2015년 393건, 2016년 649건, 2017년 644건, 2018년 630건이다. 2015년에서 2018년까지 3년 새 6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중 미등록 외국인에 의한 범행은 2015년 16명에서 2016년 54명, 2017년 67명, 2018년 105명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등록 외국인에 의한 범행이 외국인 전체 범죄 속도를 크게 앞선 형국이다.

특히 일자리 알선 과정에서의 갈등과 원한 관계 형성으로 인해 도심지 내에서 미등록 외국인끼리 칼부림까지 자행되는 등 강력범죄가 잇따라 도민사회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7일 오후 제주시 연동에서 벌어진 흉기난동은 미등록 외국인 간 금전 문제 때문이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중국인 간 살해 사건도 일자리에서 오간 금전 문제로 촉발됐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같은 해 5월에 발생한 살해 사건도 역시 일자리 문제로 인한 갈등이 원인이었다. 미등록 외국인들이 철저히 음지에서 활동하다보니 범죄의 잔혹성은 큰 반면, 범죄 예방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큰 것이 현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 주거지나 연락처 등도 명확치 않는 등 제도권 밖에 있어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낯선 타국에서, 또 음지에 있다 보니 자기방어적인 기제가 작용하는 사건도 없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체류 이슈가 사회적인 문제로 올라선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론화가 더 늦어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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