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50)씨 사건에 대해 16일자로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항소 사유로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을 적시했다. 정당한 방법에 의하지 않고 수집된 증거를 법정에 제시할 경우 재판부는 채증법칙에 위반된 증거로 판단한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간접증거인 의류 속 미세섬유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범행 입증의 핵심 증거로 제시했다.

미세섬유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접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CCTV 영상은 피고인이 범행장소로 이동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다.

반면 재판부는 공산품인 미세섬유만으로 두 사람의 접촉을 단정지을 수 없고,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은 CCTV 영상도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초 수사에 나섰던 경찰이 2009년 2월18일 박씨가 거주하던 제주시내 한 모텔에서 피가 묻는 피고인의 청바지를 확보한 점도 문제 삼았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제218조 ‘피의자가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가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압수물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판부는 경찰의 압수절차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서 영장 없이 압수 할 수 있는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압수 목적 미작성도 형사소송법 규정 위반으로 봤다.

당시 박씨가 월세를 내며 모텔에 거주하고 있었고 피고인이 구속됐다는 이유로 모텔 업주가 청바지에 대한 소지자나 보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해석이다.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을 내세우면서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법리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이모씨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리의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아 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1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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