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춘광 의원 제주도의회장(葬) 영결식 엄수…“약자를 위한 의정활동의 표본, 뒤따를 것”

故 윤춘광 의원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17일 오전 6시 지난 7년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엄수됐다.ⓒ제주의소리
故 윤춘광 의원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17일 오전 6시 지난 7년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엄수됐다.ⓒ제주의소리

한 평생 민주화와 4.3진상규명 운동, 사회적 약자 편에 선 의정활동을 해오다 타계한 故 윤춘광 의원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17일 지난 7년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엄수됐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3일 향년 68세를 일기로 타계한 故 윤춘광 의원 영결식을 이날 오전 9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장(葬)으로 엄수했다.

영결식은 고인이 평소 제주발전과 도민행복을 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해 뛰었던 제주도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7시30분 빈소(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를 출발한 운구차는 고인의 동홍동 자택을 거쳐 오전 8시50분쯤 제주도의회에 도착했다.

김태석 의장(장의위원장)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교육감, 오영훈․위성곤 국회의원과 장의위원 등이 미리 도착해 운구차를 맞이했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소개, 조사, 추도사, 추모시 낭송, 고인의 생전 영상 상영,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조사와 추도사, 추모시, 고별사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거나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왼쪽부터 김태석 의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김태석 의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제주의소리

김태석 의장은 조사를 통해 “오후부터 장맛비가 내린다고 한다. 하늘도 윤춘광 의원님을 마지막 가시는 길을 눈물로 보내려는 것 같다”며 “우리의 마음 속에서는 더 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고 슬퍼했다.

고인은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불의에 맞서 저항하는 등 청년시절부터 40년 민주화 외길을 걸었다. 정치에 입문할 기회도 빨리 잡을 수 있었지만 어린 동지(同志)들에게 양보하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비례대표로 제9대 제주도의회에 뒤늦게 입성했다.

의회에 입성한 뒤에는 민주투사 이미지와는 달리 사회적 약자 편에 선 의정활동으로 공무원들로부터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의원이란 평가를 받았다.

서귀포나라사랑 청년회장, 제주4.3도민연대 공동대표, 제주 김대중기념사업회 추모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 의장은 “서울 병원에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그렇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예결위원장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예산을 챙길 생각을 다하셨냐. 그래서 가슴이 더 미어지고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특히 “허창옥 부의장을 유계로 떠나보내고 며칠 전에 49재를 지냈다. 오늘 또 윤춘광 의원님을 보내야 하는 저는 비통하고 또 비통한 마음뿐”이라고 애통해했다.

고인의 의정활동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의회주의자로 관록과 인품을 갖춘 모두에게 존경받는 정치인이었다”며 “도의회 3선의원이면서 ‘약자들을 위한 서민 도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기억했다.

김 의장은 “열정을 불태웠던, 그토록 사랑하던 의사장을 뒤로 한 채 말없이 떠나가지만 ‘약자를 위한 의정활동의 표본’으로 남긴 유업은 천금만큼 저희들 가슴을 억누른다. 제주의 미래와 도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품었던 큰 뜻, 반드시 명심하겠다”고 다짐했다.

헌화하고 있는 강선이 여사.ⓒ제주의소리
헌화하고 있는 강선이 여사.ⓒ제주의소리
헌화 후 묵념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헌화 후 묵념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원희룡 지사는 추도사에서 “고인은 서귀포지역 민주화운동의 ‘맏형’이었다. 청년시절 신민당 산남지역 담당 조직부장을 역임하는 등 40여년 동안 야당 정치인의 외길을 걸어왔다”고 회고한 뒤 “제주도의회에 입성한 후에는 서민복지 향상, 장애인 처우 개선, 미래 주역인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제주를 꿈꾸시던 의원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걸어온 지난한 발자취와 서민의 영원한 벗 ‘윤․춘․광’이라는 이름 석 자를 도민들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행복만 염두에 두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늘 했던 말을 기억한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저희들이 엄중히 받들어 도민 모두가 행복한 제주를 만들겠다. 이제 비통한 마음을 접고, 평온한 하늘로 보내드리려 한다”며 작별을 고했다.

9대 의회에서 의정활동을 같이 했던 이석문 교육감은 “고인은 어둠의 시대, 한 줄기 희망의 햇살이었다. 엄혹한 광야의 한복판, 님은 우리를 이끈 한 줌의 따뜻함이었다”라고 동지(同志)로서 고인과의 추억을 더듬었다.

이 교육감은 또 “고인은 변방에서부터 민주화의 물결을 일으키고자 했다. 그것이 님의 평생의 운명이었다”며 “운명의 여정마다 약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했고, 시대의 부조리에 올곧게 저행했고, 진실 앞에는 언제나 당당했다. 그러는 사이 당신의 운명에 동참한 후배들이 한 명, 두 명씩 늘었고, 그 동행은 시대를 바꾼 역사의 물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떤 풍파도 거뜬히 견딜 것 같던 님의 육체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한 송이 꽃처럼 저물고 말았다”며 “님이 그리울 때, 우도의 하늘과 서귀포의 하늘을 바라보며 한 번씩 님의 이름을 불러보겠다. 그럴 때마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로 ‘나 잘 살고 있다’고 안부 인사 건네달라. 당신의 길 우리가 최선을 다해 걸어가겠다. 편히 쉬시라”며 고인을 떠나 보냈다.

고인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는 영결식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고인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는 영결식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고인의 부인 강선이 여사를 위로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고인의 부인 강선이 여사를 위로하고 있는 김태석 의장. ⓒ제주의소리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을 실은 운구차가 제주도의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을 실은 운구차가 제주도의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인의 딸 민주씨는 고별사를 통해 “다음 생에도 아빠의 딸로 태어나 같이 살자. 사랑해”라며 아버지를 눈물로 떠나 보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영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헌화와 분향을 하며 故 윤춘광 의원을 추모했고, 운구차가 도의회를 빠져나갈 때는 목례로써 예를 갖춘 뒤 떠나보냈다.

한편 故 윤춘광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비례대표로 제9대 의회에 입성했고, 2016년 보궐선거(서귀포시 동홍동)를 통해 10대 의회에,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제11대 의회에 입성한 3선 의원이다.

지난해 갑자기 찾아온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13일 별세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선이 여사와 1남1녀의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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