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송영훈 예결위원장, “집행률 낮고, 성과 미흡하면 과감히 삭감”

초선이지만 초선 같지 않다. 1년 간의 의정활동을 지켜본 한 재선의원은 그를 ‘저평가 우량주’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초선 의원으로 제11대 제주도의회 제2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송영훈 의원(남원읍, 더불어민주당) 얘기다. 예결위원장,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제주도와 도교육청을 합쳐 한해 7조원의 예산을 주물럭거리는 자리다.

예결위원장을 맡은 후 처음 진행한 예산심의에서 추경예산임에도 계수조정을 통해 제주도 예산 93억원, 도교육청 예산 66억원을 과감하게 삭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집행률이 낮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 도민과 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사업들이 감액대상이었다”며 원칙․기준에 따른 감액임을 강조했다.

예산심의 과정에서의 증액과 신규편성이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기’식의 의원들 지역구 챙기기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예산편성 과정을 들여다보면 소수 의견과 약자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누락된 도민들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새해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서는 “세입(감소) 추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지역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서민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산편성과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영훈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송영훈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Q. 도의원 배지를 단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의 의정활동을 짧게 평가한다면.

배지 달고 의욕적으로 열정적으로 부지런히 임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다소 미흡했을 수도 있다. 의정활동 준비 단계로 봐달라.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Q. 초선의원인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당선 소감이랄까,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예결위원장 직책 너무나 무겁게 느낀다. 도민의 혈세를 다루는 자리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도민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 2019년은 제주에 큰 모멘텀 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제주지역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할 지, 아니면 제2도약 성장할 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해다. 사회적으로는 제2공항, 강정마을, 상․하수도 등 수많은 갈등현안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녹록치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한국과 일본의 마찰 등이 제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다. 예결위원장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겠지만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최소한 제주가 지금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의회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입법과 예산심사다. 그만큼 예산심사를 할 때 의회의 존재감이 드러난다는 말인데, 예결위원장으로서 견지하고자 했던 원칙 같은게 있나.

예산심의를 하면서 의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도민들의 혈세인 예산이 불요불급한 상황을 피하고,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Q. 예결위원장이 된 후 처음으로 이번 회기에서 추경예산안 심사를 이끌었다. 총평을 한다면.

송영훈 예결위원장. ⓒ제주의소리
송영훈 예결위원장. ⓒ제주의소리

13명 예결위원 중 12명이 초선 의원이다. 예산심사가 예리하지 못할 것이란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예결위원들이 의욕적으로 심사에 임하면서 집행부가 진땀을 흘린 적이 많았다. 특히 시설관리공단, 복권기금, 공공임대주택 매입 특혜 의혹, 균특회계 문제 등은 엄청나게 학습하지 않고서는 질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예결위원장으로서 심사를 이끈다기보다는 예결위원님들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Q. 새벽까지 진행한 계수조정을 통해 제주도가 편성한 추경예산안 중 93억원 정도 손질을 가했다. 감액된 사업은 주로 어떤 것들인가.

의회의 감액이 적절했는지 묻는 의견들도 있더라. 하지만 이번 추경의 감액 기준은 최근 3년 간의 예산 집행률과 도민과의 소통 여부다.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집행률이 낮았거나 사업성과가 미흡한 사업들이 주로 감액 대상이었다. 도민과의 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채 추진되던 평생학습관 이전 관련 예산이나 공익활동 지원센터 예산 등을 삭감했다.

Q. 일각에서는 예산편성권 침해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의회 심의과정에서 증액과 신규편성이 논란이 되곤 한다. 삭감한 예산을 지역구나 각종 민간보조 사업에 배분하는 관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산편성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수 의견과 약자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소수 의견과 약자들은 그들이 요구하는 예산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반영할 지도 모르고, 언제 반영시켜야 할 지도 모른다. 의회의 감액과 증액이 집행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할 수는 있는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예산편성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배제된 도민들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송영훈 예결위원장(왼쪽).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송영훈 예결위원장(왼쪽). ⓒ제주의소리

Q. 예산심사가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잘 집행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이에 대해 집행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 같다.

최근 집행부는 상반기 신속 집행률이 63.7%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 전국평균보다 2.9% 높은 결과를 두고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주도가 연내에 집행하지 못해 이월하거나 불용 처리한 예산이 1조원이 넘었다. 비율로 따지만 전체예산의 20%가 넘는다. 예산은 편성도 중요하지만 집행이 더 중요하다. 제때 집행하지 못해 이월되거나 불용 처리되는 예산이 없도록 더욱 분발해줬으면 한다.

Q. 예산은 편성과 심의, 집행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종합예술과도 같은데, 지금까지는 집행부와 의회간 소통이 미흡한 것 같다. 예산편성 전에 집행부와 의회가 큰 틀에서의 분야별 예산배분 등 ‘예산협치’ 구상은 없나.

민선 7기 들어 협치를 강조하는데 막상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실질적인 협치는 가동이 안되고 있다. 의회와 집행부 두 기관이 큰 틀의 협치도 미흡할뿐더러 예산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예산 문제는 집행부의 편성권, 의회의 심의권을 서로 존중하면서 예산심의 결과에 대해 집행부가 ‘부동의’하는 일 없도록 예결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나겠다.

Q. 조금 있으면 집행부에서 새해예산안 편성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해 제주도와 도교육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입감소 추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결산심사와 추경심사 때 집중적으로 지적됐던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의 세입도 지방소비세 개편에 따라 내년부터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제주경제 불황으로 지방세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경제가 어려울수록 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역경제 규모 대비 제주도의 예산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행에서 벗어나 정말 서민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