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기도의 섬
내가 사는 기도의 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은광의 제주 산책] 7. 수많은 정성과 기도로 일궈온 제주

한라산의 정기가 뭉쳐서 제주가 되었고 남쪽으로 용암이 흘러 서귀포가 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우도, 마라도, 가파도 등은 그 기운에 넘쳐 또 작은 섬이 되어 봄이면 조랑말 뛰노는 곳에 유채꽃이 노랗게 피고 여름이면 이름 모를 꽃들이 이산 저산 그리고 오름의 길모퉁이에 핀다. 

가을에는 노랗게 귤밭에 열매가 맺고 겨울이면 바닷가에 조용히 파도가 지나온 세월과 이야기를 수평선에서 넘어온 물결로서 말해준다
이제 고민과 괴로움을 내려놓으라고…….

사람들은 제주 섬을 환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주 섬은 기도의 섬이다.

아침 해가 뜨는 성산의 일출과 해지는 대정이나 애월의 일몰은 세상의 일이 아닌 듯 신비롭기 까지 하다. 바로 기도터인 것이다. 수많은 선친들은 이 섬에 살면서 어려울 때 마다 산에 바다에 그리고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로 일궈온 섬이란 것을 알게 한다.

비가 오면 종려나무 잎새가 바람에 날리고 육지에서 다가온 차들이 올망졸망 이길 저 길을 옮겨 다니며 자신들의 삶의 찌꺼기들을 내려놓는다. 그래서 이 섬을 힐링의 터전이고 마음의 고향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는 

순풍에 돛을 달고 황혼 바람에
떠나가는 저 사공 고향이 어디냐
사공아 말해다오 떠나는 뱃길
갈매기야 울지 마라 이 마음도 서럽다
아 어디로 가는 배냐 
황포돛배야….

우리 인생은 이와 닮았다. 

길이 있어서 가는 게 아니고 길을 물어간다. 그러기에 각자 가는 길이 모두 다르다. 가다가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멈춰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람도……. 아니 가면 어딘가 길이 있겠지 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길이 없을 때, 길이 안보일 때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힘으로 알 수 없을 때, 또 현실적으로 전혀 내가 아닌 길을 가고 있을 때 그들은 자신을 위치를 찾고자 하고 그 길을 기도를 통해서 응답을 얻고자 한다. 

안덕면 대평리. 제공=정은광. ⓒ제주의소리
안덕면 대평리. 제공=정은광. ⓒ제주의소리

어제는 혼자서 차를 타고 한라산 중턱 영실 가까이 목적지를 찾아 갔는데, 갈수록 길이 깊어서 혹시 잘못 가고 있지나 않나 하고 내비게이션을 자꾸만 봤다. 그러나 그 가운데, 내 마음속으론 ‘잘 가고 있을 거야’하고 스스로에게 믿음과 기도를 하곤 했다. 

나의 선배는 자신이 쓴 《하늘을 감동시키는 힘 기도》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데
기도를 밑받침으로 하고
모든 일에 정성과 노력을 다한다면
마침내 크게 안정을 얻고 큰 용기와 큰 정성으로 
그 공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기도를 오래 계속하면
타력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삼독심(三毒心)이 녹고 업력(業力)이 녹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이 고요하고 청정해지며
마침에 하늘의 기운이 자신에게 미침을 알게 되리라.

이순신은 산에 맹세하니 산천초목이 느껴 알고
바라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였다고 전하니
맹산초목지(盟山 草木知)요
서해 어룡동(誓海 魚龍動)이라 한다.

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비록 육지와 떨어져 있다고 하나, 지금 이 나라의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접하면서 정성을 다하고 하늘이 무심하지 않게(至誠과 感天) 기도하고 있다.

# 정은광은?

정은광 교무는 원광대학교에서 원불교학을 전공하고 미술과 미학(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불교 사적관리위원과 원광대학교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하며 중앙일보, 중앙sunday에 ‘삶과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다년간 우리 삶의 이야기 칼럼을 집필했다. 저서로 ‘그대가 오는 풍경’ 등이 있다. 현재 원불교 서귀포교당 교무로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