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경기도-제주도, 필리핀 불법 수출 5177톤 반입...제주산 1880톤 평택항 반입 금지 '뒷끝'

이재명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이재명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필리핀 불법수출 폐기물 처리를 놓고 경기도가 제주도에 '뒷끝'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와 경기도, 제주도는 지난 9일 서울 환경부상황실에서 '필리핀 불법수출 폐기물 처리 국장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안건은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폐기물 5177톤의 국내 반입에 따른 처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과 관련해서 제주도는 이미 홍역을 치룬 바 있다.

MBC PD수첩은 지난 3월12일 방송을 통해 필리핀으로 수출됐다가 반송처리된 폐기물과 수출대기 폐기물 4666톤 중 제주산 압축폐기물이 상당부분 포함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제주도가 자체 조사한 결과 2016년 12월 계약된 1782톤의 압축포장폐기물이 필리핀 민다나오에, 2017년 계약된 9262톤 중 8637톤은 군산항 물류창고에, 625톤은 광양항 부두에 처리되지 않고 보관돼 있다.

제주도가 쓰레기 불법 수출로 혼쭐이 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가 평택항에 있는 3394톤의 폐기물이 상당수가 제주산이라며 원희룡 지사를 향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압박했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망신을 톡톡히 시킨 압축폐기물이 경기도 평택항으로 되돌아 왔다"며 "무려 3394톤 중 상당량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쓰레기라는 보도가 뒤따랐다"고 썼다.

이 지사는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나왔는데 정작 피해는 경기도민이 보고 있다"며 "평택항에 쓰레기를 마냥 방치할 수 엇어 우선 처리하고, 제주도산 압축폐기물 처리비용은 제주도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원희룡 지사께서 이에 대해 더 고민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불미스런 일로 제주도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가 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원 지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환경부와 경기도, 제주도가 합동 전수조사를 했지만 평택항에 있던 폐기물 3394톤 중 제주산은 없었다.

결국 이재명 지사는 6월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결론적으로 제주도 폐기물이라는 방송보도를  사실로 확인할 수 없었다"며 "언론에 의존해 제주도산 폐기물이라고 언급한 지난 번 SNS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제주도민과 원희룡 지사님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유튜브 원더풀TV에서 이재명 지사를 향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섣부른 행동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제주시 역시 공문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원 지사와 제주시의 반격에 불편해서였을까?

경기도는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제주산 폐기물 1880톤을 평택항에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법 수출된 전체 폐기물 5177톤을 한배에 싣고 오면서 경기도산 폐기물 3297톤만 평택항에 반입하기로 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불편한 관계가 그대로 폐기물 처리에서 나타난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제주산 폐기물은 제주도가 처리하는 게 기본적으로 맞다"며 "평택시 시민단체가 평택항으로 폐기물을 반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반대로 제주산 1880톤 폐기물(컨테이너 90대 분량)은 인천항이나 부산항으로 이동해 제주시가 자체 처리키로 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