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지방선거를 앞두고 라민우 전 제주도 정책보좌관실장의 대화를 불법 도청한 당사자와 이를 토대로 보도에 나선 언론인들이 징역형에 처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50)씨에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고 18일 법정구속 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인터넷신문사 제주○○일보 발행인 S(52)씨와 당시 편집국장 L(54)씨, 당시 기자였던 H(36)씨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각 선고했다.

이씨는 2016년 12월22일 제주시내 한 사무실에서 소파 밑에 녹음장치를 부착하고 당시 대화를 하던 A씨와 전 라민우 제주도 정책보좌관실장의 대화 내용을 불법 녹음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고, 이를 공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씨는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2018년 5월12일 오후 2시 제주시 연동 제주○○일보 사무실을 방문해 발행인인 S씨와 편집국장인 L씨에게 녹음파일을 제공했다.

해당 언론사는 그해 5월16일부터 25일까지 H기자의 명의로 “원희룡의 남자 라민우, 도청 쥐락펴락?” 등의 제목으로 8개의 기사를 연이어 게재했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대화 속 두 사람이 원희룡 등 고위 공무원들의 후광을 업고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어 공익적 목적으로 녹음 파일을 언론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인들 역시 제공받은 녹음파일의 내용이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돼 여론의 형성을 요구할 만한 중요성을 갖고 있어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 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는 불법에 해당하고 공공의 이익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충분한 취재 없이 오로지 위 녹음파일을 근거로 기사를 작성해 보도하기에 급급했다”며 “피고인들의 주장과 달리 다른 목적하에 이뤄진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지사 선거에서 원희룡 후보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만 보일뿐, 달리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공익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2018년 5월31일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해 제주○○일보가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언론인에게 부여된 책무를 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공개적으로 망신주기에 불과한 것으로 언론의 자유를 남용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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