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 '3.1운동 심포지엄', 강평국-고수선-최정숙 조명

20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린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 '3.1운동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제주의소리
20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린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 '3.1운동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제주의소리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주를 대표하는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재조명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천주교 제주교구 4.3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는 20일 오후 2시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3.1운동과 제주여성'이라는 주제로 3.1운동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인 문창우 주교는 '3.1운동과 한국교회의 발자취 그리고 성찰'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고,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여성사로 본 제주의 3.1운동', 윤선자 전남대 교수는 '한국사로 본 제주의 3.1운동', 박찬식 역사학 박사는 '교회사로 본 제주의 3.1운동'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문 주교는 "천주교는 3.1만세운동 당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동학농민운동을 외세 배척 운동으로 인식하던 천주교의 교도권이 동학농민운동을 잇는 전국적인 봉기를 하는 것에 오히려 경각심을 느꼈을 가능성이 컸고, 지속적으로 천주교를 박해하던 조선 조정이 사라진 후에 비로소 얻게된 종교의 자유가 조선이 독립을 이루게 되면 위태롭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문 주교는 "3.1만세운동 당시 천주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한 데에는 한국 천주교의 교도권을 이루고 있던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의 세계정세에 대한 인식과 오랜 박해를 통해 체험한 현실인식이 자리잡고 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천주교 교도권의 태도와는 달리 안중근 의사를 필두로 하는 천주교 평신도들은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했고, 참여한 신자의 수나 비중에 있어서 그 어떤 종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며 천주교 신자로서 항일 운동을 전개한 제주의 대표적인 여성 독립 운동가 강평국, 고수선, 최정숙 등의 삶을 소개했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 ⓒ제주의소리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 ⓒ제주의소리

강평국(1900-1933)은 1919년 3.1운동 당시 79명의 소녀결사대에 함께하면서 만세운동에 앞장섰고, 1920년부터 대정고등보통학교 제주공보(현 제주북교) 교사로 지내며 야간학교를 운영, 여성운동과 여성교육에 헌신햇다 1928년 여성단체 근우회 창립멤버로 활동했으며 비밀 결사조직인 백청령 사건으로 1933년 1월 구인돼 갖은 고통을 당했고, 1933년 지병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고수선(1898-1989) 역시 3.1운동 소녀결사대로 활동하며 만세운동에 앞장섰다. 1920년 동경 유학으로 동경 요시오카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독립운동에 참여하다 관동 대지진으로 귀국한다. 이후 제주도 의사 1호로 지역사회에 다양한 방면으로 공헌해 왔다. 

최정숙(1902-1977)은 3.1운동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가 발표될 당시 군중과 함께 거리로 뛰어나가 독립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79명의 소녀결사대에 소속돼 시위에 참가했다가 겨알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8개월간의 옥고를 치렀다. 귀향 후 여성운동과 여성교육에 헌신했고, 1946뇬 신성여자중학원을 개원하고, 1949년 신셩여자중학교 정식 인가와 초대 교장을 지냈다.

문 주교는 "100년 전 역사 속에서 천주교의 삶의 모습과 선택에 대해 성찰하는 이유는 현재의 교회가 어떤 선택을 하고 삶을 살아내야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기 위함"이라며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무력으로 위협해 불평등 조약을 맺고 정치적 억압을 하며 경제적 침탈을 하는 것이 복음의 빛에 비춰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깊이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한국 천주교회 앞에도 신자유주의와 가발지상주의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처럼 느껴지고 거대자본과 결탁된 정권과 사람들의 삶에 만연한 물질만능의 소비지상주의가 행복을 가져다줄 것처럼 믿고 있다"며 "심각한 무한경쟁 속에서 태생적으로 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이 새로운 차원의 식민으로 가난을 견뎌야 하는 이들의 외침에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린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 '3.1운동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제주의소리
20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린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 '3.1운동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패널들. ⓒ제주의소리

허영선 소장은 "강평국, 고수선, 최정숙이 있어 제주여성사의 빛나는 지류를 이루고 있음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이들 3인의 독립운동가 외에 지역의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해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며, 그들의 촛불 같은 민족정신이 100년을 향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선자 교수는 "3.1운동은 한국 근대여성운동의 시발점이고, 한국 여성이 사회에 눈을 뜨게 된 계기라는 평가가 있다. 3.1운동은 여성들로 하여금 나라를 위한 평등 국민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했다"며 "그동안 제주 여성의 3.1운동은 최정숙 연구에 집중돼 있고 최근 강평국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자료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더 많은 3.1운동 참여 여성들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추진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찬식 박사는 "1919년이 제기한 진정한 독립과 민주, 자유, 평등, 통합의 나라가 100년이 지난 현재 이뤄졌는지 절실하게 성찰해야 한다. 다시금 100년 전 출범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과 통합의 독립국가가 완성됐는지 되새겨야 한다"며 "제주의 현실에서 돌이켜보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설계할 시대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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