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9. 최저임금 '사실상 동결'...이익 누가?

#1.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작년보다 240원 오른 시급 8,590원이다. 역대 3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2. 
서귀포시에서 호텔메이드로 일하는 정숙(가명)씨는 최저임금이 오른 기사를 보고 한숨만 나온다. 그간 용역업체에서는 최저임금으로 기본급을 주고, 식대 명목으로 10만원씩 추가로 줬었는데 이제는 그 식대를 없앨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3.
지자체 소속 기간제노동자 준식(가명)씨는 최저임금의 여파로 올해 제주도 생활임금도 적게 오르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시급 9,700원을 받아도 생활비가 모자라 주말에 알바를 하고 있는데 혹시나 겸업금지에 걸리진 않을까도 걱정이다. 무엇보다 내년에 재계약이 될 수 있을지 제일 걱정이다. 

2020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지난 12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관련 법령에 의해 선출된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을 각 9명씩 선출한 인원의 합이다. 

2020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240원이 오른 시급 8590원으로 결정되었다. 올해 적용되는 시급 8350원에 비해 2.87% 증가했다. 1998년 구제금융(2.7%)과 세계경제불황(2.75%) 시기의 인상률 다음으로 역대 세 번째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는 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액은 최저생계비, 노동소득분배율,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하여 매년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게끔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어떠했나. 인상률 2.78%와 8590원이라는 금액은 경제적인 산출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협상의 결과물로 보이기도 한다. 

제공=김경희.
지난 7월 12일, 2020년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표결 결과. 제공=김경희.

최저임금의 역사 

많은 도민들이 이번 최저임금 결정 결과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본인이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일수 있고, 반대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라면 인건비 부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최저임금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데 예전부터 그랬던가?

최저임금이 최초로 고시된 것은 1988년이다. 이전에도 제도가 있었지만 고시 금액이 없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제도였다. 최초의 최저임금액은 1988년의 시급 462.5원이었다. 

그렇다면 최초로 최저임금액이 고시되면서 최저임금의 시대가 들어섰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최저임금의 주요지표 중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 영향률에 대한 통계는 현재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글에서는 통계청의 경제활동부가조사를 기준으로 함)이라는 지표가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인상이 되어야 법 위반이 안 되는 노동자의 비율을 말한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많아진 것은 2000년 이후이다. 2001년 기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100명 중 2.8명이었다면 2018년에는 100명 중 23.6명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다고 집계되었다. 

용역업체의 비중, 중소영세사업장의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임금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더 많은 사업장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영향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이 급속도로 높아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인상되지 않아 최저임금이 따라잡은 걸까?
 
정답은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에 있다. 과거에 비해 내 주변의 최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는 수가 많아지고 있다.

모두 간절했지만, 두 번의 사과로 끝난 최저임금 1만원

촛불대선이 치러진 3년 전 봄, 당시 모든 대통령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다. 그만큼 당시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였다. 임금이 인상되면 노동자의 주머니가 열려 중소영세사업장도 예전보다는 먹고살 수 있겠다는 소득주도성장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첫해부터 2020년까지 1만원을 하기엔 부족한 인상폭에 그쳤다. 결국 대통령의 두 번의 사과로 최저임금 대폭인상은 물거품이 되었다.

무너져버린 저임금 노동자의 꿈 

작년 화두가 되었던 주제가 있다. 법률상 최저임금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최저임금 산입 범위의 문제이다. 최저임금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할 때 과거에는 상여금, 식대 등 복리후생비를 제외시켰다면 작년 최저임금법이 개악되면서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최저임금 범위로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이다. 

2019년에 ‘최저임금+식대 10만원’을 지급받는 노동자가 있다. 2020년 최저임금은 월 5만원 가량 올랐지만 해당 노동자는 오히려 임금이 깎일 수 있다. 식대 중 8만9767원(2020년 최저임금의 5%)을 제외하고는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노동자는 임금이 1만원 깎이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의 확대로 최저 임금에 식대, 상여금 등을 조금 더 받았던 노동자들이 단계적으로 최저임금만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저임금은 2.87% 올랐지만 사실상 동결 내지는 삭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하는 것이지 평균기준을 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나마 최저임금에 조금 ‘더’ 받던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만’ 받게 된다면 대부분의 노동자의 삶의 기준은 최저생계비에 맞춰지게 된다.

열심히 일한 대가는 어디에 있을까?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결정되었지만 누구 하나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점포 재계약으로 인한 임대료와 불황이 더 걱정인 사업주도 있다. 내년에는 일을 좀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한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실망스러운 인상률일 수밖에 없다. 농민들의 한숨도 끊이질 않는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왜 다들 힘들게 살고 있는가. 열심히 일한 대가는 어디로 흘러들어가고 있는가. 만약 최저임금을 동결했을 때 결국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하청 시스템, 용역업체 도급시스템을 십분 활용하며 노동자의 고혈로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그들이 아닐까. 

대한민국헌법
[시행 1988. 2. 25.] [헌법 제10호, 1987. 10. 29., 전부개정]
제32조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최저임금법
[시행 2019. 1. 1.] [법률 제15666호, 2018. 6. 12., 일부개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①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된다.

③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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