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23일 공판준비기일 진행...고유정 불출석, 검찰-변호인 측 쟁점 맞서

제주 전 남편 살해 고유정이 얼굴 신상공개 결정 이틀만인 6월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제주 전 남편 살해 고유정이 얼굴 신상공개 결정 이틀만인 6월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여)이 예상대로 검찰 측이 제시한 계획범죄와 범행동기에 대한 공소사실을 법정에서 전면 부인 했다.

자신을 성폭행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정당방위 논리를 내세웠지만 검찰 측 증거물에 대한 대응논리가 부족해 향후 재판과정에서 고유정 측의 논리적 입증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0시30분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을 정식 공판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 측이 참석해 쟁점 사안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은 참석 의무가 없어 이날 고유정은 법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형사1부 강력팀의 이환우 수사검사와 형사3부의 합의부 공판 전담인 이준희 검사를 투입해 대응했다. 고유정 측은 기존 변호인단 일괄 사임으로 국선변호사가 변론에 나섰다.

모두진술에서 검찰은 대략적인 공소사실을 언급하며 고유정의 범행동기와 계획범죄에 대한 입증 계획을 밝혔다. 현재 대검에서 진행 중인 DNA 감정결과도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검찰이 밝힌 범행동기는 이혼과정에서 형성된 왜곡된 적개심과 아들에 대한 비현실적 집착, 피해자와 주기적 면접교섭을 진행하면서 피해자를 재혼생활의 장애로 여긴 점 등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적대심을 표현한 고유정의 문자 메시지 내역, 아들에 대한 집착 관련 증인 진술 등을 재판과정에서 제시하기로 했다.

고유정이 5월22일 밤 11시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서 흉기와 락스, 베이킹파우더,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는 모습. [사진제공-제주동부경찰서]
고유정이 5월22일 밤 11시 제주시내 한 대형마트서 흉기와 락스, 베이킹파우더,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는 모습. [사진제공-제주동부경찰서]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인천시 한 마트에서 시신을 훼손하기 위한 목적의 물품들을 구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영상 갈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인천시 한 마트에서 시신을 훼손하기 위한 목적의 물품들을 구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영상 갈무

계획범죄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색으로 범행도구 검색, 사전에 범행장소 물색. 휴대전화 검색 내역, 졸피뎀 처방 내역, 다량 청소용품 구입 내역, 펜션 현장의 혈흔 분석결과를 언급했다.

고유정 측은 이에 맞서 검찰 측 공소사실 중 범행동기와 계획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살해와 시신은닉은 인정하지만 계획적 범죄는 아니고 동기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이혼과정에서 피해자를 증오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성폭력 시도에 대항하다가 수박을 썰기 위해 준비했던 흉기로 우발적으로 찔러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펜션 욕실에서 살해한 뒤 사체 밖으로 흘러나온 혈흔을 청소하고 제주와 김포에서 1, 2차에 걸쳐 사체를 손괴한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고유정은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증거보전을 신청하고 의료기록까지 제시했지만 검찰은 타인의 의한 상처로 보이지 않는다는 법의학 감정결과로 맞설 방침이다.

재판부도 검찰이 제시한 고유정의 휴대전화 검색 내역을 언급하며 계획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여러 검색어에 대한 피고인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전 자신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졸피뎀, 혈흔, 전기 충격기, 니코틴 치사량,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우발적 범행 주장에 대해서도 고유정이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유에 대한 진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유정의 변호인이 23일 공판준비기일 재판이 끝난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유정의 변호인이 23일 공판준비기일 재판이 끝난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유정의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 23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어멍카페 회원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사형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고유정의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 23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어멍카페 회원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사형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고유정은 범행 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피해자에게 성폭행미수로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죽은 남편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재차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알리바이까지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도 변호인이 고유정과 만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의견 진술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재판이 끝난 후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유정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억울해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고유정이 유족들에게 미안해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변호인은 “고유정과 여러 차례 접견을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부끄럽게 생각하고, 억울한 마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신유기 장소를 묻는 질문에는 “본인이 아는 대로 최대한 얘기하고 협조하려는 것 같다. 다만 유기 장소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의 정당방위 입증 등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언급한 내용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재판에 임하겠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고유정에 대한 첫 공판은 법원 여름휴정기를 고려해 8월12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했다. 재판 절차에 따라 고유정은 이날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법정에는 방청권이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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