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원일 제주동문재래시장 상인회장

‘소비자 고발’, ‘먹거리 x파일’ 등으로 이름을 알린 전직 방송인 이영돈 씨가 최근 언론에 등장했다.

이 씨는 7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7년 4월 숨진 탤런트 겸 사업가 故 김영애 씨에 대해 ‘늦었지만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씨는 생전 황토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그러나 ‘황토팩 제품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기자회견도 열었지만 여론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안타까운 가정사와 췌장암이었다.

황토팩 보도 시기는 2007년, 이영돈 씨가 몸담았던 KBS TV 프로그램 ‘소비자 고발’에서 나왔다. 12년 만에 고인에게 사과를 한 셈이지만, 너무 많은 일들이 지나갔고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빗발친다.

이 사건을 보며 남일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 지난 15일 모 지역방송사는 “밀착취재를 통해 사회 전반의 부조리한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동문재래시장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인 회비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상인회가 걷는 일일 노점 회비 5000원의 세입세출 자료가 전혀 없다고 알리며, 노점 회비에 마치 금전비리가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다. “수상한 수금”, “수상한 움직임”, “관련 의혹은 더욱 커져” 같은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풀무질을 했다.

하지만 방송사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노점은 2002년 제주시와 노점 협의회 그리고 동문재래시장 상인회까지 ‘3자 공증 각서’에 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최초 매대는 72곳이었으나 매년 줄어들어 지금은 반토막 수준인 31곳이다. 한 달에 걷히는 노점 회비는 평균 465만원 수준이다. 이 금액은 노점 관리 운영자의 인건비로 쓰인다. 왜냐면 공증 각서에는 노점 입점자가 남자 2명, 여자 1명의 운영비를 부담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 비용이 바로 현재의 노점회비다. 노점 협의회가 관리하는 통장에는 모든 노점 회비의 세입 세출 자료가 남겨져 있다. 현재까지 공과금과 인건비를 제외한 어떠한 세출도 없다.

지난해에도 모 전통시장에서 의혹만 가지고 같은 사안에 대해 경찰 고발했었다. 그러나 경찰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회 전반의 부조리한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말했던 방송사는 당사자 간의 정확한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사실상 ‘아니면 말고’ 식의 자세나 다름없다. 내용을 바로잡는 후속 보도 또한 15일 최초 보도 이후 일주일 째 나오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상인회와 상인회장은 부조리한 당사자로 남아버렸다. 

한번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황토팩 사건 이후 이영돈 씨가 12년 만에 고개를 숙였지만 고인과 고인 가족이 입은 상처는 회복되지 않는다. 힘을 사용할 때는 그 만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 / 김원일 제주동문재래시장 상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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