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 늙어 가민 가래착 지영 산더래 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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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129. 처녀 늙어 가면 맷돌 짝 지고 산으로 오른다

* 비바리 : 처녀의 제주방언
* 늙어가민 : 늙어 가면, 늙으면
* 가래착 : 맷돌 짝, 맷돌의 아래짝
* 지영 : 지어, 등에 지고
* 산더래 : 산으로

알고 보면 이만큼 육감적인 표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한 서술에서 벗어나 기가 막힌 비유를 하고 있는데, 얼른 눈앞에 그려 볼 수 있게 행동화‧구체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처녀가 맷돌짝을 등에 지고 딴 데도 아닌 산중으로 내달리고 있으니, 이게 어디 그냥 넘어갈 일인가. 맷돌은 옛날 보리나 콩 따위 곡식을 갈라 알곡을 만들어 내는 긴요한 용구였다. 위아래 두 짝이 맞물려 있는 걸 손잡이로 잡아 올린다. 위짝에는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렸고, 그것은 아래짝 복판에 뾰족하게 나온 나무로 만든 ‘중수리’에 끼워 맞추게 된다. 음양이 어우러지는 정한 이치를 따른 것이다.

위짝 구멍과 아래짝 중수리가 한 몸으로 결합하지 않으면 위아래 짝이 따로 놀아 돌아갈 수가 없다. 이런 현상을 남녀의 결합으로 표현해 놓은 것. 그러니까 중수리는 곧 남근(男根)을 빗댐이다.

혼인해야 할 나이가 지난 처녀가 남성을 그리워한 나머지 성적 욕구에 견디지 못해 안절부절못해 하고 있다. 급기야 중수리가 달린 맷돌 아래짝을 지고 산으로 오르고 있다.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지고 간 맷돌 짝을 내려놓을 것인데, 중수리가 남자의 그것 구실을 족히 할 것이다. 다음 행위는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노처녀가 으슥한 산속에 홀몸으로 더욱이 맷돌 짝을 지고 간다는 행위로 이성에 대한 그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다소 비꼬는 어투다. 자위행위를 하려 한다며 노골적으로 우롱하고 있다.

하지만 당한 처녀의 입장은 또 다를 것이다. 성욕은 인간의 본능 중에도 가장 절실할 것이 아닌가.

노처녀가 으슥한 산속에 홀몸으로 더욱이 맷돌 짝을 지고 간다는 행위로 이성에 대한 그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출처=오마이뉴스. ⓒ제주의소리
노처녀가 으슥한 산속에 홀몸으로 더욱이 맷돌 짝을 지고 간다는 행위로 이성에 대한 그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출처=오마이뉴스. ⓒ제주의소리

이쯤에서 ‘자위행위’에 대해 일별할 필요가 있겠다. 청소년을 자녀로 거두고 있는 부모로서 그냥 무심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에 대한 청소년의 욕망은 막연성욕(漠然性慾)이다. 그러니까 뚜렷한 대상도 없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잃고 흥분하는 현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성적 충동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들뜬 상태에서 고민에 휩싸여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본능이면서 생리인 탓이다. 남녀가 다르지 않다.
 
자위는 성 충동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하지만 성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하기는 그렇다. 그 순간, 쾌감을 맛보지만 그 뒤가 한없이 허탈하다. 더 괴로워할 수도 있고 심하면 상당히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음란물을 자주 접하게 되면, 자위행위는 습관이 도기 십상이고, 과도해지면 정신건강을 해치게 마련이다.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적절한 그리고 진정 어린 지도 방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여성은 쉽게 죄책감에 짜질 수 있어 이 민감함에 대한 자상한 배려와 처방이 요구된다. 수치심을 자극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깊은 주의를 요한다 하겠다.

한 비뇨의학과 교수는 “자위는 자신이 원할 때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고, 자기 스스로 욕정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했다. 그러나 “너무 잦으련 실제 성관계의 흥분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비바리 늙어 가민 가래착 지영 산더래 올른다.’

뉘앙스는 비꼬는 투지만, 꼭 그런 어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그렇다. 오죽 견뎌내기 힘들었으면 그 무거운 맷돌 한 짝을 지고 산으로 올랐을까. 이해하는 쪽이 보다 인간적일 것 같다.

문제는 그 비바리, 서둘러 시집을 가 버리면 만사형통이다. 혼처가 없는 건가. 그 부모 사윗감을  고르는가. 너무 고르다가는 ‘눈 까진 사위 한다’ 했거늘.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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