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방안 모색 토론회…“정책결정에 도민의견 반영” 원칙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29일 오후 3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29일 오후 3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삶과 환경, 제주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인만큼 전적으로 도민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2월27일 당정이 합의한 “도민여론을 수렴해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 누구도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대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29일 오후 3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태석 의장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제가 개․폐회사를 통해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이 문제는 개발이냐, 환경보전이냐는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이다. 행정과 정치는 두 개의 가치를 하나로 모아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장은 “의회는 (제2공항에 대해) 찬성-반대를 얘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결정의 과정은 정당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비판이라도 수용할 각오는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강영진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장. ⓒ제주의소리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강영진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장. ⓒ제주의소리

◇ “주요 쟁점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최종적으로는 도민의 판단 구하는 절차 거쳐야”

이날 주제발표는 제주 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강영진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장(갈등해결학 박사)가 맡았다.

그는 먼저 5개월간의 제2공항 타당성 검토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예측수요 및 인프라 확충 규모, 공항인프라 확충방법, 제2공항 부지 선정 등 주요 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중대한 쟁점이 새롭게 부각됐다”며 “이 같은 쟁점별 여론수렴과 ADPi보고서 검증 등을 거쳐 최종 도민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27일 “도민여론 수렴” 등 당․정이 제2공항 갈등해결을 위한 5개 항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도민여론 수렴→정부정책 반영→제2공항 갈등 해소’라는 경로로 이뤄지게 되는데, 갈등해결 과정에서 ‘도민의견 수렴’을 핵심 관건으로 삼았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당․정은 “국토교통부는 향후 제2공항 추진에 있어 제주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챚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고회, 설명회, 공청회 등 사업추진을 위한 정부에서 취하는 행정행위들은 반대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모두 무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따라서 검증 등을 통한 문제해결과 도민 여론수렴에 의한 해결 노력 없이는 관련 당사자들과 사회 전반에 피해와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 ‘제주 판박이’ 프랑스 낭트 신공항 건설, 백지화 된 이유는?

문제해결-여론수렴에 실패한 외국 공항갈등 사례도 소개됐다.

인근 주민, 환경단체와의 10년 갈등 끝에 최근 백지화된 프랑스 낭트 신공항 건설계획. 프랑스 북서부의 세계적인 관광도시 낭트는 기존 공항의 포화 및 증가하는 관광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기존 공항이 낭트 시내와 너무 가까워 소음문제 등으로 확장이 힘들어 새로운 부지에 건설하려는 계획이었다. 여기까지는 흡사 제주 제2공항 추진상황과 복사판이나 다름 없었다.

2008년 사업계획이 승인돼 2014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이 본격 추진됐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프랑스 정부는 2018년 12월 신공항 건설계획 철회를 선언하게 된다. 주민여론 수렴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해준 사례다.

이날 토론회에는 용담동 주민들이 "제주공항 확장 결사반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이날 토론회에는 용담동 주민들이 "제주공항 확장 결사반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1960년대 하네다 공항 과밀화 대책으로 추진된 일본 나리타공항의 50년 갈등 사례도 발표됐다.

나리타공항은 1단계 공사를 완료해 1978년 개항했지만, 주민들의 지속적인 항의운동 및 토지매도 거부 등으로 활주․유도로의 기형적으로 배치되면서 사고위험을 안고 있고, 지금도 공항 부지 안에 이주를 거부한 농가가 그대로 남아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총리실 주관으로 실시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시민참여단의 의미 있는 참여와 언론의 높은 관심도, 일반 시민들의 동조, “결과를 존중하고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자세가 어우러져 공론조사가 성공할 수 있었다.

강영진 소장은 제2공항 여론수렴 방안으로 △공론조사 △주민투표 △심층 여론조사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공론조사에 대해서는 “공론조사의 특성상, 사업 추진기관에서 거부할 경우 거의 실행이 불가능하고, 도의회가 나서더라도 국토부 및 해당 전문가들의 참여 없이는 정상적인 진행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의해 주민 500명 이상이 도지사에게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할 수 있다”며 “심의회의 인적 구성상 전망은 밝지 않지만 논의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방식에 대해서는 “지역의 중대한 쟁점 사안을 결정할 때 결과가 확실하고 법적․정치적 효력이 가장 높다”면서 “다만 주민투표는 관련법상 제2공항 관련 주민투표는 국토부장관의 요구에 의해서만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나 제주도가 거부한다면 대안으로 부안 삼척 영덕의 경우처럼 제주도민들의 주도로 민간 차원의 자율적 주민투표를 통해 정치적 효력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수렴 방안으로 제시한 ‘심층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나 공론조사가 해당 기관의 거부로 사실상 곤란할 경우 현실적으로 유효한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제2공항 문제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조사결과의 효력과 수용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질문-응답으로 표층의견을 수집하는 기존의 통상적인 여론조사 방식이 아닌 보다 큰 규모의 심층적인 여론조사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3000명에서 1만명 정도의 표본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조사기관에 의해 3회 가량 시행해 조사결과의 대표성과 신뢰도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강 소장은 “근래 이뤄진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성산 제2공항에 대한 도민여론이 크게 바뀌고 유동층이 다수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며 “적절한 여론조사 방법을 정하는 것보다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올바로 판단하도록 하는 여론형성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장에는 현 제주국제공항이 위치한 용담동 주민들이 ‘제주공항 확장 결사반대’, ‘용담동민은 제2공항 건설 찬성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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