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생명평화대행진-평화야 고치글라’ 문화제 개최…폭염 뚫고 3일간 60km 행군 ‘제2공항 반대’ 연대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제주해군기지건설 반대 운동의 일환으로 2008년 첫걸음을 내디딘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제2공항 건설 발표로 마을공동체 붕괴 위기에 직면한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들이 다수 동참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주민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등은 31일 오후 7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문화제'를 개최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평화야 고치글라'라는 주제로 지난 29일부터 8월 4일까지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평화의 외침에 연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석했고, 그간 강정마을과 연대해 온 쌍용자동차 근로자, 기룡전자 노동자, 고교 현장실습으로 숨진 故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 길 위의 신부인 문정현 신부도 참석했다. 홍콩과 오키나와에서 평화 연대의 손길을 보내왔던 국제참가자와 서울 봉제산방과후협동조합 소속 초등학생들도 현장을 찾았다.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은 첫날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출발해 남원생활체육관까지 24.2km를 행군하고 둘째날 성산까지 도달, 무더위 속에서 이틀만에 60.8km의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날 늦은 오후 반환점인 성산읍에 도달한 참가자들은 지역 주민들과 한데 어우러져 연대의 의지를 다졌다. 곳곳에서 '제주 그대로가 아름다워' 등의 난개발 반대 의지를 담아 참가자들이 손수 제작한 펼침막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사과가 있었던 것과 관련,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와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제2공항 문제에 있어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점 재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행진의 단장을 맡은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은 "사실 저희 강정마을은 표면적으로는 싸움에서 졌다. 10여년간 피눈물을 흘리면서 싸워왔지만 결국 해군기지는 준공됐고 크루즈가 온다는 민군복합관광미항은 국가에 의한 대사기극임이 밝혀졌다"며 "그런데 강정은 싸울때보다도 지금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해군기지가 준공된 이후 강정 주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갈등은 더 심해졌다"고 분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강 회장은 "이 상황은 우리 스스로 만든게 아니고 국가폭력에 의한 것이었다. 2018년도 경찰청 인권조사위원회가 발족해 강정뿐만 아니라 용산, 쌍용차, 밀양 송전탑 문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 모두 국가기관에 의한 폭력과 음모였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나. 경찰, 국정원, 군 등 온 국가기관이 동원돼 한 마을을 부숴 버린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성산 제2공항 역시 준공된다면 성산주민들은 이곳을 떠날 수 밖에 없다. 국가의 폭력 때문"이라며 "비록 강정에는 해군기지가 들어왔지만 강정 주민들은 끝까지 제2공항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함께 싸워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강동균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홍기룡 제주해군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대위 위원장은 "함께 걸어가는 모습 보면서 여러분의 용기와 도전과 결의에 감탄했다. 여러분의 도전은 5박6일뿐만 아니라 365일의 대행진이 됐으면 한다"면서 "이 도전으로 제주를 지키고 한반도를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대행진이 끝까지 이뤄져서 우리의 삶도 바꾸고 우리의 후배들에게 물려줄 이 땅을 지켰으면 참 좋겠다"고 격려했다.

강원보 성산읍제2공항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우리들의 싸움이 단순히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싸움이 아닌 제주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를 아우를 수 있는 싸움이라는 점에서 무한한 긍지를 갖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제주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 자리가 자랑스럽다"면서 "이 문화제를 통해 마음껏 즐기고 제주의 미래를 함께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전통예술공연개발원 마로와 놀이패 한라산, 가수 김영태 등의 공연이 펼쳐지며 참가자들의 힘을 북돋웠다.

한편, 평화대행진 행렬은 8월 1일에는 성산에서 구좌체육관까지 19.5km를 걷고, 8월 2일에는 조천까지 이동한 후 마지막 날인 8월 3일에는 조천체육관에서 제주시청까지 11.5km를 이동한다. 종착지에서는 오후 5시30분부터 평화문화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셋째날인 31일 오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문화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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