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우후죽순 지역주택조합] ②조합원 모집부터 전과정 험난...업무대행사 투명성 담보돼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지역주택조합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제주에서도 주택조합을 통해 내 집 마련을 꿈을 키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년 사이 11개 단지에서 2200세대 규모의 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사업진척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지역주택조합의 실태와 피해 예방법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지역주택조합의 도입 취지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다. 치솟는 부동산 시장 속에서 서민들이 분양 경쟁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주택법 제2조에 따라 해당 지역 내 많은 수의 구성원이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주택을 마련하거나 리모델링하기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주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모집신고 전에 사전에 도시계획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 후에는 각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에 조합원 모집신고를 할 수 있다.

조합원은 신청일 기준 제주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가 원칙이다. 다만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을 한 채를 보유하거나 이를 승계한 세대주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조합은 모집신고와 예비조합원 모집, 조합설립총회를 거쳐 설립인가 절차를 밟게 된다. 조합설립 인가 후 48개월 이내에 각 행정시를 통해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토지 확보도 필수다. 조합설립시 공동주택을 지을 토지의 80% 이상 사용권을 얻고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신청시 토지 소유권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계획대로 토지를 사들여 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지면 착공에 들어간다. 이후 분양 승인을 얻어 조합원들의 아파트 동과 호수를 지정하게 된다.

건물이 완공되면 사용검사를 거쳐 입주가 이뤄진다. 이후 사업비를 정산하고 조합을 청산하면 일련의 모든 사업 절차가 마무리된다.

조합원 스스로 공급 주체 역할을 하는 만큼 중간단계에서 투자되는 비용이나 홍보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 가격으로 홍보가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장점과 달리 낮은 성공률은 불투명한 조합 운영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첫 단계는 추진위원회 구성이다. 이 과정에서 업무대행사와 신탁회사가 등장한다.

현행 주택법 제11조의2(주택조합업무의 대행 등)에서 주택조합은 조합원 가입 알선 등 주택조합의 업무를 공동사업주체인 등록사업자 등에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분양 사기가 발생한 다른 지역 사업의 경우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 시공사가 사실상 '짜고 치는 고스톱 식'의 막대한 수익을 얻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서울에서는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대표 A씨가 구속기소 됐다. A씨는 꾸며낸 토지승낙서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수억 원을 빼돌렸다.

광주에서도 사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업무대행사 대표 B씨가 구속됐다. B씨는 신탁회사가 관리하는 조합원 자금 중 일부를 광고비로 책정해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수억 원을 챙겼다.  

업무대행사는 조합원들이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담금을 부동산신탁회사에 맡기고 필요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급여와 홍보비, 기타 경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지출한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이 이를 견제하고 투명한 자금관리와 집행내역을 확인하지 못하면 횡령 사건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조합장이 업무대행사가 내세운 사람이라면 견제 자체가 어렵다.   

유명 아파트 브랜드 역시 업무대행사와 시공사간 업무협약(MOU)에 불과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대기업 브랜드로 유혹하지만 MOU는 말 그대로 양해각서에 불과해 법적인 효력이 없다.

업무대행사가 갖은 이유로 공사를 지연시키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공사가 길어지면 토지가와 공사자재비가 올라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사이 업무대행사는 임직원 급여와 각종 업무추진비나 경비 명목으로 돈을 챙길 수 있다. 애초 토지주와 짬짜미가 이뤄졌다면 지가 상승에 따른 차액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기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사실상 없어 조합 구성부터 입주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추가 분담금을 내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충북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가까스로 아파트를 지어 입주까지 했지만 공사기간이 늘면서 세대당 4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입주과정에서 미자격 조합원 가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납된 중도금과 잔금까지 더해져 조합원들은 세대당 3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지역주택조합은 취지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내 집 마련의 기회다. 그러나 부푼 기대로 섣불리 목돈을 투자했다가 내 집 마련 꿈이 또 다른 빚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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