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야 고치글라’ 8번째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5박6일 108.7km 대장정 마무리

제주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일 오후 5시30분 종착지인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일 오후 5시30분 종착지인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폭염과 열대야도 생명평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막아낼 수 없었다.

12년째 이어진 제주해군기지 싸움 속에서 올해로 8번째를 맞이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3일 오후 5시30분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5박6일 108.7km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7월29일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시작된 행렬은 첫날 24.2km을 걸어 남원까지 향했다. 7월30일에는 표선을 거쳐 31일에는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 땅을 밟았다.

참석자들은 이 곳에서 문화제를 열어 제2의 강정마을 사태가 성산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모든 행정절차 중단을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에 촉구했다.

나흘째 참가자들 성산을 지나 구좌로 향했다. 8월2일에는 김녕을 넘어 조천까지 이동했다. 마지막 날인 3일에는 삼양과 화북을 거쳐 목적지인 제주시청에 도착했다.
  
6일 동안 하루 500여명씩 연인원 1800여명이 행렬에 동참했다. 첫날에는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와 부교구장인 문창우 주교도 법화포구에서 평화의 발걸음을 맞췄다.

연일 33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도 평화의 외침에 공감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시민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을 위한 식수와 식재료, 의약품 등 물품후원도 이어졌다.

강정마을과 연대했던 쌍용자동차 근로자와 기룡전자 노동자, 고교 현장실습으로 숨진 故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 길위의 신부인 문정현 신부도 힘을 보탰다.

홍콩과 오키나와에서 평화 연대의 손길을 보내왔던 국제참가자와 서울 봉제산방과후협동조합 소속 초등학생들도 현장을 찾아 이목을 끌었다.

제주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일 오후 5시30분 종착지인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일 오후 5시30분 종착지인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일 오후 5시30분 종착지인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일 오후 5시30분 종착지인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강동균 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회장은 불볕 더위 속에서 강정의 평화를 위한 발걸음에 함께해 준 모든 참가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강 회장은 “여러분들이 밀어주셔서 전혀 힘들지 않게 올 수 있었다. 여러분이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나중에 커다란 평화의 물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민군복합항은 대국민 사기라는 것이 밝혀졌다. 국가폭력을 비롯해 해군, 국정원, 기무사, 경찰, 제주도정 할 것 없이 온 국민을 기만하고 강정을 해외 주민인 양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비록 해군기지가 건설됐지만 해군기지를 몰아내고 그 땅에 평화의 공원이 설 때 까지 이 걸음을 멈출 수 없다”며 생명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약속했다.

제2공항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여론이다. 공론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열망이 제2공항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진정한 평화가 오는 날까지. 제가 80세가 될 때까지 깃발을 들고 걷겠다”며 “한반도의 보물이자 평화의 섬인 제주도를 위해 그 발걸음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강원보 성산읍제2공항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강정마을에 이어 성산에 추진하는 제2공항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도민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강 위원장은 “제2공항 10월 확정고시를 앞두고 국토부와 제주도가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민주적인 절차는 없다. 시간만 지나면 확정고시 된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2공항과 관련한 토론회에 응하고서는 실무 협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토론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걱정이다. 도민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일 오후 5시30분 종착지인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군기지 강정반대주민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일 오후 5시30분 종착지인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극단 경함과 상상이 3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열린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에서 공연을 선고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극단 경함과 상상이 3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앞 특설무대에서 열린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문화제에서 공연을 선고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강 위원장은 “오는 13일 제2공항에 반대하는 투쟁조직이 하나로 뭉쳐서 비상도민회가 결성된다”며 “우리의 거대한 움직임으로 정권의 심장이 철렁하게 만들자”며 단합을 당부했다.

문상빈 제2공항반대도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 제주신항만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제주의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며 난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문 위원장은 “제2공항 사업부지는 230만평에 이르고 이중 80%가 과수원, 밭에 해당 한다”며 “토지주들이 땅을 팔아도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 새로운 농지를 얻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민이 농지를 버리면 자영업자로 내몰리고 결국은 비자발적인 시간제 노동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해군기지도 제2공항도, 신항만도 주민들이 터전을 잃으면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엠씨세이모, 임정득, 밴드 타카피가 열정적인 공연을 펼쳐 참가자들의 더위를 식혔다. 극단 경험과 상상은 개발로 인한 파괴를 극으로 선보여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로 8회째를 맡는 이번 행사는 ‘평화야 고치글라’를 주제로 7월29일부터 8월4일까지 5박6일의 일정으로 도 전역에서 치러졌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생명평화대행진을 진행해 왔다. 2008년 첫 도보 순례를 포함하면 12년째 평화의 걸음걸이다.

그동안 남녀노소 전국에서 연인원 1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란 물결에 함께했다. 이 기간 참가자들이 함께 누빈 거리만 1400km를 넘어섰다. 제주에서 서울을 돌고 와도 남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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