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 ‘제주공항 안전도·효율성 향상방안’ 내부문건 “ADPi 권고 그대로 계승”

국토교통부가 한국공항공사 중심이 돼 추진되고 있는 단기 인프라 확충사업과 관련해 항공기 활주로 점유시간 개선이 미미하다는 진단을 스스로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과 관련해 고의 은폐 의혹이 제기됐던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 보고서의 진단과 닮은꼴이다.

[제주의소리]가 제주도의회 홍명환 의원(이도2동갑,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제주공항 안전도 및 효율성 향상방안 보고’ 문건을 분석한 결과다. 이 문건은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인 제주지방항공청 항공관제과가 작성한 것이다. 작성 시점은 2018년 6월29일이다.

문건은 크게 △제주공항 현황 △문제점 △안전․효율성 향상방안 △향후계획 △안전·효율성 향상 로드맵 등 5개 틀로 작성됐다.

◇ “단기 인프라 확충사업에도 활주로 점유시간 개선효과 크지 않아” 고백

주목되는 건 현 제주공항의 문제점을 진단한 부분이다.

제주지방항공청은 먼저 “한국공항공사가 단기 인프라확충 사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 출·도착 항공기 활주로 점유시간 개선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고속탈출유도로 3개 증설(3→6개), 이륙대기구역 2개 신설, 계류장 7본을 증설했음에도 도착 항공기 활주로 점유시간이 사업시행 전과 비교해 개선효과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또 고속탈출유도로 사이 간격이 좁아 조종사가 개방 유도로를 혼동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 오히려 활주로 안전이 종전보다 더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항 수용능력 개선이 시설 확충에만 치중되면서 시설장비, 관제, 조종 분야를 망라한 종합적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지난 10년간 항공교통량이 2배 가량 증가하면서 공역 혼잡이 만연함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공역 개선 없이 이·착륙 항공기를 증편하는 것은 관제업무 난이도 증가 및 교통혼잡을 초래해 항공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소리]가 제주도의회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제주지방항공청)의 '제주공항 안전도 및 효율성 향상방안 보고' 내부문건.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가 제주도의회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제주지방항공청)의 '제주공항 안전도 및 효율성 향상방안 보고' 내부문건. ⓒ제주의소리

◇ 공역혼잡 개선, 관제업무 고도화 등 ‘제주공항 안전·효율성↑’ 처방전 ADPi 판박이

문건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안전·효율성 향상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활주로 점유시간의 체계적 분석·관리를 위한 자동측정시스템 활용과 관제사 기량에 의존하는 기존의 관제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를 통해 검증된 관제장비 도입을 통해 관제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이는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의 한 축인 ADPi 보고서 내용과 거의 판박이다. 성산 제2공항 건설 대신 현재의 제주공항 보조활주로 활용 및 관제업무 개선만으로도 미래 항공수요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은폐 의혹이 제기됐던 바로 그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2014년 3월20일 작성됐다.

최근에 공개된 ADPi 보고서는 실제 ‘보조활주로 활용방안’(대안3)을 통해 “보조 활주로 재활성화 및 교차 활주로의 결합 운용을 통해 관제 부문의 일부 도전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2035년까지 필요한 용량을 제공하는 훨씬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보조·교차 활주로 활용만으로 시간당 60회(연간 28만35000회) 운항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회당 평균 탑승객 170명을 적용하면 연간 4800만명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장기 수요 예측치를 넘는 결과다.

ADPi 보고서는 3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고속탈출유도로 확충, 항공기 대기공간 신설, 관제 신기술 도입 및 관제사 증원 등이 개선방안(대안1)으로 제시된 것들이다.

특히 현행 3180m(활주로 길이)의 분리 간격을 최대 2400m까지 단축, 출발 항공기 후속으로 도착하는 항공기의 신속한 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봤는데, 이 역시 ADPi 보고서가 권고한 내용이다.

현재 미주를 제외한 대양주·유럽 등 혼잡공항에서는 연속 도착하는 항공기(도착-도착)간 분리간격을 2400m까지 단축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당초 ADPi 보고서를 폐기했다던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ADPi 보고서가 제시한 권고를 상당수 수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명환 의원은 “국토부가 ADPi 보고서에서 제시된 대안들에 대해 검증결과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보고서의 신뢰도를 깎아내렸지만,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한 문건은 ADPi 권고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면서 “ADPi 보고서에 제시된 대안1~3에 대해 국토부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 객관적이고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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