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제주 신항만 발표 때 매립은 ‘쏙’...‘전철’ 우려

위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 탑동 전경이며, 아래 사진은 탑동 16만4253㎡를 매립하기 전인 1970년대 초 탑동 해안가에서 어린아이들이 양동이를 들고 바릇잡이하는 모습이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에서 발췌
위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 앞바다 전경(제주의소리 DB), 아래 사진은 1970년대 초 탑동 해안가에서 어린아이들이 양동이를 들고 바릇잡이하고 있는 모습. 1980년대말 이후 16만4253㎡ 매립으로 인해 지금은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에서 발췌

제주도가 또 전철을 밟으려 하고 있다. 예의 절차적 투명성 문제다. 해군기지 졸속 유치, 제2공항 강행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데도 교훈을 얻고자 하는 모습이 안보인다. 제주 신항만 얘기다. 하필 셋 모두 국책사업이다. 

지난 1일 정부가 제2차 신항만건설기본계획(2019~2040)을 심의·확정하자 제주도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탐라국 천년 해양관광 실크로드’ 기반이 마련됐다며 흥분했다. 그리고는 6조원이 넘는 생산유발효과, 5조원 가까운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3만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떠벌렸다. 

총 사업비가 2조8662억원이라고 하니, 규모로만 보면 말그대로 대 역사(役事)임이 분명하다. 역사는 사전적으로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공사’를 뜻한다. 환경단체가 제주 신항만을 4대강과 견주며 전형적인 토건사업이라고 했으니 영 틀린 말도 아니다. 반면 경제단체는 숙원을 이루게 됐다며 환영했다. 

전 세계에 몇 대나 있을지 모르지만 22만톤급 등 대형 크루즈선 선석 4개를 조성해 동북아 크루즈 모항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듣기엔 좋다. 지금은 기항(寄港) 조차 뜸하지만, 배포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다음이다. ‘어떻게’가 빠져있다.   

핵심은 매립이다. 그 면적이 자그마치 128만3000㎡에 달한다. 이는 기존 매립지 16만4253㎡의 약 8배에 해당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 밖에 없다. 이미 20여년 전에 뼈아픈 경험을 했다. 1991년 12월 매립 공사를 완료한 후 일대 생태계는 파괴되고 말았다. 햇빛에 반짝이던 먹돌이 사라지고, 어장은 황폐화됐다.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고느적한 풍경을 연출했던 바릇잡이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월파 피해도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매립이 해양에너지를 더 강력하게 키운 탓이라고 했다. 자연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였다. ‘피해→복구→피해’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인명, 재산피해가 잇따르자 2009년 12월31일 재해위험지구로 지정·고시했으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주시가 역작이라며 자랑을 늘어놓던 조형물들도 태풍 한방에 무너졌다. 투입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거꾸로 매립 공사를 맡은 업체는 분양을 통해 이문을 남겼다. 반대급부로 제주시내 하천 복개를 약속했으나 제때 이행하지 않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지만, 언젠가 태풍으로 하천이 범람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자 이제는 복개 구조물을 걷어낼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으니 근시안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도내 환경운동의 발원지나 다름없던 ‘탑동’은 이후 도민들에게 매립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안겨줬다.  

탑동 매립은 우근민 도정 때도 시도됐다. 국토해양부(지금은 국토교통부)가 2011년 7월25일 확정 고시한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는 제주항 기본계획이 들어 있었다. 바다 11만4427㎡를 메우는 내용도 담겼다.

매립의 주요 목적은 상습 월파 피해 방지. 친수레저항만 건설은 후순위였다. 명분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매립 계획 면적은 32만4299㎡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알고보니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당시 국토해양부는 원래 계획은 사업성(B/C)이 없다며 제주도의 예비타당성 조사 요청을 물리쳤다. 월파 피해를 막기위한 사업의 취지가 사업성(분양 목적의 상업용지) 확보를 위한 대규모 매립으로 변질되는 순간이었다. 제주도는 여기에 은근슬쩍 마리나항, 위그선 부두 등을 끼워넣었다. 

항간에는 우 도정이 이권을 노린 민간사업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돌았으나, 결과적으로 어느 것도 추진되지 못했다. 매립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일 정도로 도민사회의 반발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원희룡 도정 역시 이 점을 의식했는지 보도자료에 매립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매립을 빼놓고는 사업을 설명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나서야 설명에 나서는 식이었다. 

옳지 않다. 이게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강정, 제2공항에서 뭘 배웠는지 묻고싶다. 추진 과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도민 공감대는 필수적이다. 그 중심엔 지역주민이 있다. 

시민사회 일부에선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매립 면적을 지나치게 늘려잡은, 본말이 전도된 사업이라며 중단을 요구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먼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구하는게 순서라고 본다.   

초대형 현안, 강정과 제2공항에 가려서일까. 제주 신항만이 여기까지(국책사업 확정) 오는데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난 오히려 폭풍전야(?)와도 같은 이런 상황이 더 두렵다. <논설주간/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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