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법무부, 출입국법 개정해 2020년 제주 시범도입...도, 2017년 찬성후 지금은 반대 '오락가락'

제주도가 지역사회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여행허가제(ETA) 도입을 핵심과제로 추진하다 이를 번복하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법무부는 무사증 입국 외국인의 불법체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자, 2020년까지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이르면 2020년부터 제주에서 전자여행허가제를 우선 운영하기로 했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무사증 외국인이 국내 입국 예정 72시간 전까지 전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권정보와 본국 거주지, 국내 숙소, 연락처, 경비 등을 입력해 사전여행허가를 받는 제도다.

이번 조치는 무사증 입국 외국인의 불법체류 증가로 관광목적으로 입국한 순수 외국인까지 불편을 겪는 등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법무부의 판단 때문이다.

실제 전자여행허가제 없이 가짜 관광객을 거르기 위해 입국심사만 강화되면서 입국거부에 따른 항공료 허비와 개인적 불만 등이 더해져 국가이미지 실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무사증 입국 외국인의 인터뷰 강화와 입국거부자 송환, 관련 민원 대응에 따른 공·항만 심사관들의 업무 폭증은 물론 출국대기실과 재심실 등 장비와 시설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제주의 경우 무사증 입국자의 무더기 난민 신청과 강력 범죄, 조직적 알선책을 통한 도외 무단이탈, 농어촌과 공사현장의 불법고용 급증 등 전에 없던 신종 외국인 문제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 7월25일 오전 5시50분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숙소에서 중국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A(51)씨가 동료 B(51)씨를 흉기로 찌르는 등 최근 한 달에만 세 차례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지역 외국인 범죄는 2015년 393명에서 2018년 631건으로 3년 사이 60% 가량 느는 동안 무등록 외국인의 범죄는 2015년 16명에서 2018년 105명으로 7배 가까이 폭증했다.

제주도는 2015년 12월 무등록 외국인 여성 살인사건과 2016년 9월 중국인 무사증 입국자의 성당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무사증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2017년 제주도는 관광분야 5대 역점 정책을 발표하며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원희룡 도지사까지 직접 나서 무사증에 대한 종합적인 보완책을 약속했다.

무사증은 사증면제 협정 체결 국가 국민이 관광 또는 방문 목적 등으로 입국하고자 하는 경우 30일에 한해 사증 없이 입국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주는 2002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도내 무사증 입국자는 2015년 62만9000명에서 2016년 91만8000명으로 늘었지만 중국발 사드 사태로 2017년 35만7000명으로 감소한 뒤 2018년에는 51만9000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22만4000명 중 42.5%인 51만9000명이 무사증 입국자다. 올해 5월말 현재까지도 62만2000명의 외국인 중 45.2%가 무사증으로 제주를 찾았다.

무사증 입국자가 늘면서 체류기간을 넘긴 무등록 외국인도 2013년 1285명, 2014년 2154명, 2015년 4913명, 2016년 7786명, 2017년 9846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3450명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범죄가 잇따르자, 제주지방경찰청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제도를 악용해 밀려드는 미등록 외국인의 범죄를 예방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법무부도 무사증 제도 개선을 위해 올해 초 제주도를 찾아 전자여행허가제 도입 방향을 설명했지만 제주도는 당초 입장을 뒤집고 ETA 도입 불가 입장 방침을 정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과거 전자여행허가제 도입 의견은 살인 등 외국인 강력사건에 따른 여론 때문이었다”며 “제도 개선에 다른 효과 등 분석작업 없이 요청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자여행허가제는 사실상 전자로 이뤄지는 비자제도에 해당돼 무사증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사증 제도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외국인 감소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무사증으로 인한 부작용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무사증 폐지 대신 ETA도입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TA도입으로 순수 관광객의 편의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법령 개정과 제도 설계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