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첫 공판서 고유정 두 달 만에 모습 드러내...변호인 “검찰이 사실 왜곡” 주장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여)이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왜곡된 확증 편향’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예상을 뛰어넘는 공세를 예고했다.

특히 고인(전 남편)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이 큰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까지 재판에서 언급해 지켜보던 방청객들이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이날 구속 송치 두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고유정은 변함없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재판에 임했다. 방청객에서는 “살인마”라는 고성도 터져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법정 질서유지를 위해 제주지방법원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을 배부했다. 고유정의 첫 재판을 직접 듣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시민 70여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고유정은 오전 9시17분 제주교도소 호송차량을 이용해 법원에 들어섰다. 6월12일 구속송치 후 두 달 만이다. 고유정은 수갑을 찬 채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법정에는 국선변호인을 대신해 공판 사흘 전에 선임된 고유정측 새로운 변호인이 참석했다. 검찰은 공판검사 대신 수사를 맡았던 이환우 형사1부 강력팀 검사를 투입해 대응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적힌 10페이지 분량의 공소사실을 10분 넘게 낭독하며 고유정에 준엄한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고유정측은 모두 진술에서 검찰이 제시한 계획범죄와 범행동기에 대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사체 손괴와 은닉 혐의는 인정했지만 계획적, 고의적인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측 공소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변호인은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의 사생활을 부각시켰다.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위해서였지만 성적 내용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등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주장이 계속되자 방청객에서 야유가 이어졌다.

변호인은 계획적 범행과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기 위해 공소사실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시했다. 우발적 범행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사유를 연이어 제시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 동선을 모두 노출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점에 비춰 범행의 혐의자로서 발각되지 않으려는 필수적 수단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여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손에 상처를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결국 자해흔이 아님을 검찰 스스로 주장하는 꼴이 됐다고 강조했다.

계획 범죄의 주요 증거 중 하나인 졸피뎀 검출도 피고인의 차량 트렁크 이불 속 혈흔에서 나온 것일 뿐, 누구의 DNA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며 제3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졸피뎀과 니코틴, 뼈의 무게 등 고유정이 검색 내용에 대해서도 당시 뉴스에서 나온 버닝썬 사태 등의 기사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연관검색어에 의해 검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수사기관의 편향되고 왜곡된 내용과 오해 속에서 피고인이 저주를 받고 살아가도록 할 수 없다”며 “왜곡된 확증편향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균형을 잡아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확보한 증거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검찰은 경찰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와 별도로 대검찰청 감정을 통해 추가 증거 확보 작업을 벌였다. 

감정 결과 경찰이 압수한 또 다른 이불에서 피해자의 DNA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혈흔에서는 졸피뎀도 검출됐다. 이는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였다는 결정적 증거 중 하나다. 

검찰은 고유정이 연관검색어와 별도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특정 단어를 직접 쓰며 검색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도 제시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이 검사는 “비극의 단초를 피해자의 행동으로 돌리려는 피고인의 주장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좌시하지 않겠다”며 “객관적 증거는 명백하다. 변호인이 성급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관련 증거를 차례대로 제시하며 공소사실 유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피해자 측 가족들의 증인 진술을 통해 범행동기 등도 풀어서 설명할 예정이다.

변호인은 검찰의 반격에 맞선 의견서 작성을 위해 충분한 검토기간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첫 공판 나흘 전에 선임된 점을 고려해 2차 공판을 3주후인 9월2일로 정했다.

재판이 끝난 후 변호인은 선임 과정과 법정에서 피해자의 확인되지 않은 민감한 사생활을 부각시킨 이유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나중에 말을 하겠다”며 답변을 피하고 서둘러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후 고유정은 오전 11시40분쯤 호송차에 오르던 중 성난 시민들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현장에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한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