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 인정 완전히 뒤집고 고인 사생활 언급...유족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여)이 부부간 민감한 사생활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내자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새로 선임된 변호사가 공판준비기일 당시 국선변호사의 의견을 뒤집고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감형 사유까지 발로 차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일 오전 9시16분쯤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제주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2일 오전 9시16분쯤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제주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변호인은 검찰측 공소사실 중 살인 혐의를 부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사망 이후 발생한 사체 손괴와 은닉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하고 그 경위를 상세히 밝히겠다고 전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고유정이 이혼과정에서 형성된 왜곡된 적개심과 아들에 대한 비현실적 집착으로 피해자를 재혼생활의 장애로 여겨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당초 고유정의 국선변호인은 7월2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살인과 사체 훼손, 은닉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범행 동기가 다르고 계획적 범죄도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이 2일 오전 재판이 끝난후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법원을 서둘러 빠져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이 2일 오전 재판이 끝난후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법원을 서둘러 빠져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반면 첫 공판에 나선 변호인은 이 주장을 뒤집고 살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소사실 중 계획적 범죄를 반박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의 사생활까지 거론했다.

변호인은 “국선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다 시인하면 재판부가 자비를 베풀어준다며 자백을 권유했다”며 “검찰의 왜곡된 내용으로 피고인이 고통 속에서 살게 할 수 없다”면서 혐의 부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미확인 발언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방청석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성난 일부 시민들이 고성을 지르면서 법정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변호인은 개의치 않고 10분 넘게 피해자의 사생활 이야기만 풀어냈다. 급기야 재판부는 검찰측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과 향후 재판부에 요청할 내용을 정리하라며 말을 끊었다.

검찰도 가만있지 않았다. 재판에 참석한 제주지검 형사1부 강력팀 수사검사는 “사건의 단초를 피해자가 제공했다는 발언에 반드시 책임지도록 하겠다.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엄포를 놨다.

수사검사는 재판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피해자의 DNA 등 계획적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며 향후 재판을 통해 관련 증거를 줄지어 제시하겠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의 첫 공판이 끝난 2일 오전 피해자의 동생과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의 첫 공판이 끝난 2일 오전 피해자의 동생과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살인의 경우 계획적이지 않고 우발적 범행이라면 감형 사유가 인정돼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객관적 범행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도 없으면 오히려 더 높은 형량에 처해질 수 있다.
  
첫 공판이 끝난 후 유족과 피해자측 변호인도 고유정의 변호인이 기존 의견을 뒤집고 넘지 말아야할 선까지 넘는 발언을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측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이제는 살인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고인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지만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며 “고인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방식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고 쓴 소리를 건넸다.

재판 전 과정을 지켜본 피해자의 동생 A씨는 “한편의 소설을 봤다.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데 큰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사죄가 우선이다. 고유정측 주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형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서 고유정이 극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출석 후 호송차로 오르려던 고유정이 성난 시민들에게 머리채를 붙잡히면서 한때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제주의소리
1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출석 후 호송차로 오르려던 고유정이 성난 시민들에게 머리채를 붙잡히면서 한때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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