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봉 선생 아들 배광흠씨 부친 독립유공자 포상 소식에 '기쁨'...4.3 명예회복에 앞장 뜻

광흠씨가 보관하던 배두봉 선생과 관련된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광흠씨가 보관하던 배두봉 선생과 관련된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수십년을 매년 4월, 8월마다 답답한 마음에 하늘만 쳐다보던 배광흠(72)씨가 올해 8월에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제주4.3 희생자라는 이유로 3차례나 독립유공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아버지 배두봉(裵斗奉·1914~1948·호적명 배창아) 선생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배두봉 선생에 대해 '건국포장'을 추서하기로 발표한 12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광흠씨는 “기쁘다. 그저 기쁘다”고 말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밝혔다. 
 
광흠씨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했다.
 
광흠씨는 아버지 배두봉 선생이 연관된 하귀야학회사건 유족들과 ‘하귀리 독립운동 희생자모임’을 만들어 1994년 독립유공자를 신청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8년, 2007년에도 신청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국가보훈처는 독립운동후 행적에 이상이 없는 사람들만 독립유공자로서 자격을 갖는다고 광흠씨에게 회신했다. 배두봉 선생이 4.3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번번이 독립유공자에서 탈락했다는 얘기다.
 
광흠씨가 보관하던 배두봉 선생과 관련된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배두봉 선생의 아들 광흠 씨가 아버지의 독립유공자 포상 소식을 전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광흠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독립유공자를 신청했다. 

 
광흠씨는 “독립운동가인 아버지를 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앞서 3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독립유공자를 대대적으로 발굴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감도 크지 않겠나. 가족들도 큰 기대가 없었는데 이번 소식에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광흠씨는 “생전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자주해주셨다. 아버지가 한 번 집을 나가면 몇 개월, 몇 년 뒤에 집에 찾아왔다고 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평소 말했었는지 묻자 어머니는 ‘전혀 없다’라고 답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도 독립유공자인 고(故) 최정숙 초대 제주교육감의 제자였다. 어머니도 총명하고 현명했던 분이다. 말씀은 없으셨지만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아셨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된 삶도 홀로 이겨내신 것 같다”며 “2007년 3번째 독립유공자 신청에서 탈락한 2년 뒤인 2009년 돌아가신 어머니도 오늘은 하늘에서 충분히 기뻐하실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광흠씨는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아버지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는데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4.3 희생자라는 이유로 그동안 왜곡된 시선에 묻혔던 독립유공자로서의 부친의 명예를 완전히 되찾는 것이 자신에게 남은 역할이란다. 
 
광흠씨는 “최근 법원이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아버지의 경우 당시 동아일보 기사 등을 통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어떻게 사망했는지 등이 추정된다.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입술을 굳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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