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월동채소 재배 면적 조절 추진에 농민들 "대체작물도 없어" 토로

14일 제주에서 채소류 재배면적 조절 협의회가 열렸다.
14일 제주에서 채소류 재배면적 조절 협의회가 열렸다.

채소류 과잉생산 우려로 정부가 나서 제주 월동채소 등 재배면적 조절을 추진하는 가운데, 제주 농민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오전 10시 농협 제주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재배면적조절 협의회를 가졌다.
 
협의회에는 농식품부과 제주도, 각 지역농협 조합장, 농민단체 등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협의회에서 농식품부는 과잉생산이 우려되는 월동무와 양파, 마늘, 양배추 등 품목에 대한 재배면적을 조절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잉생산이 우려되는 품목 재배면적을 약 5% 줄이면 농가 소득은 2~5% 정도 오른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제주 농민들의 노고는 알고 있다. 일부 품목은 농민들이 힘을 합쳐 선도적으로 산지폐기한 점도 잘 알고 있다. 농산물은 공급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산지폐기할 필요 없이 선제적으로 재배 면적을 줄이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주 농민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배면적 조절로 남은 공간에 대체할 작물이 사실상 없다고 토로했다.
 
한 농민은 “제주 농가 상당수가 농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는다. 땅을 임대해 파종을 앞두고 있는데, 당장 재배 면적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 어떡하나. 면적을 줄인다 하더라도 남은 토지에 다른 품목을 재배해야 할 것이 아니냐. 남은 토지를 그대로 놔두라는 것은 농민들에게 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농민은 “재배면적을 줄여서 대체 작물을 심으려 해도 콩이나 보리 말고는 마땅한 품목이 없다. 콩·보리의 경우 1000평 정도 농사를 지어도 1년 수익이 3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재배면적을 줄이려 하더라도 결국 유통이 문제다. 농산물 가격이 잘 유지되도 산지유통 회사들이 제값이 구매하지 않고,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산지유통 업체들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황 호조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마늘 정부 수매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농식품부는 마늘을 농가별로 분류하는 등 규격에 맞으면 곧바로 수매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농민들은 농가별 분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늘 주산지인 대정농협 이창철 조합장은 “수백톤에 달하는 마늘이 같은 창고에 쌓여있는데, 농가별로 구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농가별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는데, 정부가 수매해준다 하더라도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김상돈 서기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농민들에게 재배 품목을 강요할 수는 없다. 농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를 준비중이다. 환경보전과 수급조절에 적극 참여한 농가들에게 수익을 보전해주는 방안이다. 제주 농민들도 수급 조절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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