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중 ‘중엉중얼’ 격노한 재판부 휴정까지 초유의 사태...유족들 “무조건 사형해야” 

2018년 6월2일 오전 10시30분쯤 서귀포시 한 아파트에 피고인인 김모(46)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해여성의 집으로 가는 모습.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2018년 6월2일 오전 10시30분쯤 서귀포시 한 아파트에 피고인인 김모(46)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해여성의 집으로 가는 모습.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종교적 신념 등을 이용해 제주지역 모 초등학교 20대 여교사의 돈을 빼앗아 살해하고 고등학교 친구의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한 40대 종교인이 중형에 처해졌다.

14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살인과 특수중상해, 특수폭행,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6)씨에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8년 6월2일 오전 11시쯤 서귀포시 강정동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평소 알고 지낸 여교사 A(당시 27세)씨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당일 오전 10시30분쯤 피해여성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먼저 들어갔다. 5분 뒤 집으로 들어온 여성을 오전 11시11분까지 폭행했다.

김씨의 발길질에 온 몸을 구타당한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낮 12시49분 숨졌다. 당시 119신고자는 다름 아닌 김씨였다.

부검 결과 췌장 파열과 복강 내 출혈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검찰은 A씨의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췌장이 파열된 점에 비춰 살해의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는 2015년부터 2017년 12월까지는 고등학교 동창과 또 다른 여교사 등 3명에게 설거지와 청소 등 자신의 집안일을 시키고 폭행하며 돈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폭행 과정에서 갈비뼈 9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고교 동창의 경우엔 유일한 재산이었던 아파트를 매각한 돈까지 빼앗기고 이혼에 이르는 등 가정파탄을 경험했다.

2018년 6월2일 오전 서귀포시 한 아파트에 김씨가 여교사 A(당시 27세)씨를 폭행해 살해하고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시고했다. 사진은 당시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해여성의 집으로 가는 모습.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2018년 6월2일 오전 서귀포시 한 아파트에 김씨가 여교사 A(당시 27세)씨를 폭행해 살해하고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시고했다. 사진은 당시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해여성의 집으로 가는 모습.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변호인측은 재판 초기부터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를 주장하며 검찰측 공소사실에 대응해 왔다.김씨는 시종일관 횡설수설과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피해갔다.

상해치사는 살인에 대한 고의성 없이 폭행으로 타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죄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반면 살인은 일반적 권고형량이 10년 이상으로 매우 높다.

변호인측은 선고 일정이 다가오자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범행 당시 심신의 장애로 인해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보이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날 김씨는 선고공판 도중 피고인석에서 혼자 중얼중얼거리고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을 방해하는 등 돌발 행동을 보였다. 급기야 재판부가 휴정을 하고 판결문을 고쳐 쓰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휴정 과정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더 높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정에서는 법원경위와 교도관 8명이 피고인을 에워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앙심을 악용해 피해자들의 돈을 빼앗고 폭행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살해 후에는 범행을 은폐하고 반성과 참회의 모습도 없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유족들은 “심신미약을 위해 정신병자인 척 하고 반성도 없는 피고인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무조건 사형에 처하도록 검찰이 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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