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유권해석 근거한 ‘신청 반려’ 명분 잃어...재판부 “증산허가는 별개, 변경허가 신청 막지못해”

지하수 증산 신청 거부에 반발해 소송전에 뛰어든 한진그룹 산하 한국공항이 항소심에서도 승소하면서 30여년 지하수 증산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제주도의 계획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지하수 증산 허가 여부 판단은 별개 문제로, 일단 기존 사업자의 지하수 변경허가 신청 자체를 제주도가 막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한국공항(주)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1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진측은 제주도가 2017년 12월29일 지하수 취수량 증산을 위한 신청 자체를 반려하자, 증산 신청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2018년 3월14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먹는샘물 논란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 기내용 생수를 공급한다며 1984년 제주도로부터 하루 200t의 지하수 개발·이용허가를 받았다.

이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생수공장을 설립하고 먹는샘물을 생산해 왔다. 1996년 제주도가 실제 사용량을 고려해 100t으로 감축한 이래 지금까지 그 양이 유지되고 있다. 

제주도는 2017년 말까지 17차례에 걸쳐 한국공항에 지하수 개발 연장 허가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한국공항은 수차례에 걸쳐 취수량 증산을 제주도에 요청했다.

이에 제주도는 현행법상 민간기업이 지하수 증산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법제처에 요구했다. 

2006년 시행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12조는 민간에는 먹는샘물 제조를 위한 지하수 개발 연장허가를 도지사가 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부칙 33조에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해 지하수 개발과 이용허가 등을 받은 자는 제312조 1항 규정에 의한 도지사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며 경과규정을 뒀다.

법제처는 제주특별법상 지방공기업을 제외하고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기 위한 지하수 개발·이용을 금지하는 만큼 입법 취지에 비춰 도지사가 변경허가를 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부칙의 경과규정에 따라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이미 확정된 허가범위에 한정해 예외적으로 허용해 준 취지일 뿐 기존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법제처의 판단이었다.

제주도는 이를 근거로 한국공항에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진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17년 말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을 반려했다.

한국공항은 향후 지하수 증산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법적 판단을 받아 보겠다며 2018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제주도의 해석과 달리 법령상 변경허가신청을 반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려 신청도 자의적인 법령 해석이라며 한진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하수 증산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나중에 판단할 부분이고, 이에 관계없이 기존 사업자의 지하수 변경허가 신청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항소심 판결문을 받아 본 뒤, 내부 검토를 거쳐 최종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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