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무팀장 공백에도 집행위원회 저력 발휘 내용 호평...“내년 25주년 준비해야”

출처=제주국제관악제 홈페이지.
올해 제주문예회관에서 열린 제주국제관악제 공연 모습. 출처=제주국제관악제 홈페이지.

올해 제주국제관악제, 국제관악콩쿠르가 관객·주최 측 모두의 호평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사무 총괄 담당자의 공백에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배경은, 24년 동안 관악제 현장을 지켜온 끈끈한 인적 자원의 힘이 손꼽힌다.

제24회 제주국제관악제, 제14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8월 8일부터 16일까지 전체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올해는 25개국, 4200여명이 축제 기간 동안 제주를 찾으면서 역대 최고 방문객을 기록했다. 지난해 18개국, 3700여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관악제 기간 동안 정식 공연장부터 방송국 로비, 도서관, 포구 해녀공연장까지 제주도 구석구석에서 연주가 들려왔다. 매 저녁마다 제주문예회관, 제주해변공연장, 서귀포예술의전당, 천지연폭포야외공연장에서는 국내외 저명 연주자들의 공연이 열리면서 시민들에게 고품격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관악제 구성에 있어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신구 조화를 꼽을 수 있겠다. 

세계적인 스페인 금관 5중주 ‘스패니시 브라스(Spanish Brass)’는 창립 30주년 기념 공연을 제주국제관악제에서 개최할 만큼 각별한 인연을 자랑했다. 유쾌한 연주와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띄우는 캐나다 ‘노스스타 옵티미스트 알룸니 밴드(The Northstar-Optimist Alumni Band)’, 연주자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한 캐나다 트럼펫 연주자 ‘옌스 린더만(Jens Lindemann)’, 두 발로 호른을 연주하는 독일 ‘펠릭스 클리저(Felix Klieser)’는 지난해 이어 연속해서 제주 관객과 만났다. 

유포니움 연주자이자 관악제 예술감독·콩쿠르 심사위원인 ‘스티븐 미드(Steven Mead)’, 콩쿠르 반주 지휘를 책임져온 ‘시몬 카발라(Szymon Kawalla)’ 등 관악제를 든든하게 지원하는 베테랑들도 함께 했다.

여기에 지난해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프랑스 유포니움 연주자 ‘모르반 코렌틴(Morvan Corentin)’과 프랑스 튜바 연주자 ‘플로리안 위엘고식(Florian Wielgosik)’,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트럼펫 연주자 이스라엘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Sergei Nakariakov)’,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예술인 10인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지휘자 ‘아드리엘 킴(Adriel Kim)’ 등 실력을 인정받는 젊은 음악인들이 관악제를 빛냈다.

특히 독일 ‘도이치 신포니에타 브라스 앙상블(Deutsche Sinfonietta Brass Ensemble)’, 프랑스 ‘색스백 앙상블(Saxback Ensemble)’, 콜롬비아 ‘ASAB 앙상블 드 클라리넷(Ensemble de Clarinets ASAB)’, 미국 ‘볼란테 윈드(Volante Winds)’, 벨기에 ‘크로스본 트롬본 컬렉티브(Crossbones Trombone Collective)’ 등 전문 관악단에서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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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천지연폭포야외공연장 공연 모습. 출처=제주국제관악제 홈페이지.

새로운 시도 역시 주목할 만 했다.

14일 오후 8시 명 연주자 초청 공연 ‘마에스트로 Ⅱ’에서 선보인 ‘대금’ 연주가 상징적이다. 제주국제관악제에서 한국 전통 관악기가 단독 무대를 가진 적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대금 명인 이성준과 명고 역할의 유인상이 호흡을 맞췄는데, 무대 위 두 사람이 만드는 대금의 깊은 울림은 한국, 해외 관객 모두에게 뜨거운 찬사를 이끌어 냈다. 

9일 오후 3시 가진 ‘오늘의 관악창작곡 공연’은 현재 활동하는 국내 작곡가들의 창작곡을 한데 모아 소개하면서, 관악제의 음악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벤트성으로 시작한 제주해녀 합동 공연은 마을축제 규모로 발전하면서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제주국제관악제 예술감독 스티븐 미드는 16일 콩쿠르 입상자 기자회견에서 “16년째 관악제에 참여하는 동안, 올해가 가장 훌륭한 행사였다. 관중이 많이 참여했고 콘서트도 높은 수준으로 치러졌다”고 자평한 바 있다.

25주년을 맞는 내년 행사에 대해서 "제주 출신 젊은 연주자를 1000명 가량 모으고, 영국의 저명있는 브라스 밴드를 초대하며, 세계 최고 작곡가에게 창작곡을 의뢰하는 등 특별한 시기를 기념하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귀띔했다.

콩쿠르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인 258명이 도전했는데, 참가자 수준이 높아져 심사위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평가다.

스캇 하트만 콩쿠르 심사위원장은 입상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 수준이 높아졌다고 모든 심사위원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심지어 1차 경연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도 굉장히 준비가 잘 돼있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심사위원 성향 차이로 여러 차례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는데, 최종 투표 제도가 새로 등장하면서 제도적인 진보까지 이뤄냈다. 악기 제작사 협찬으로 우승자 혜택이 늘어나는 등 이번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국내 최고 관악 콩쿠르라는 명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결과적으로 주목할 만 한 외적인 성과를 거둔 한 해였고, 무엇보다 불안요소를 딛고 이뤄냈기에 복합적으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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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변공연장에서 미8군 군악대가 공연하고 있다. 출처=제주국제관악제 홈페이지.

관악제 시작 전부터 가장 큰 걱정거리는 실무 책임자의 공백이었다. 올해 2월 사무팀장 자리가 비면서 하급자 직원이 대리 역할을 소화했다. 단번에 채울 수 없는 공백은 이상철 집행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베테랑’ 집행위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막아냈다. 최대 20년 넘는 시간 동안 손발을 맞춰온 집행위원과 제주 음악인들은 축제 시작 후 벌어진 문제들도 해결하는데 앞장섰다. 대관, 홍보, 숙소 등 작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적절히 수습하기 까지는 이들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 집행위원이 신체 주요 장기라면 모세혈관처럼 현장 곳곳에서 애쓴 자원봉사자들의 수고 역시 빠져서는 안 된다. 

관악제 사정을 잘하는 K씨는 “집행위원회에 몸담고 있지 않은 전직 관계자들도 기꺼이 자기 시간을 빼고 참여해 행사 준비·진행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현직 관악제 집행위원인 다른 K씨는 “많게는 20년 이상 관악제에 청춘을 바친 사람들이 있는 한, 제주국제관악제는 흔들림 없이 계속 이어갈 것이다. 끈끈한 유대감이 관악제의 진정한 힘”이라고 밝혔다.

탄탄한 인적 자원과는 별도로 몇몇의 희생에 가까운 참여를 계속 줄여나가기 위해, 체계적인 절차(매뉴얼)를 갖춰나가는 것은 관악제에 놓인 오랜 숙제다. 역사를 함께 써내려갈 후배 양성 역시 마찬가지. 이 밖에 마지막 공연인 입상자연주회 장소가 홍보 자료에 따라 ‘제주문예회관’으로 잘못 인쇄되는 등 인쇄물 교정 문제, 친일반민족행위자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을 대대적으로 연주하는 논란 등 보완할 내용도 눈에 띄었다.

이상철 위원장은 “적합한 인력을 찾기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무팀장 보강은 숙제로 남겨두고 있다. <한국환상곡>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고려하며 적절한 대안이 있는지 고민 하겠다”면서 “내년이면 제주국제관악제가 25주년을 맞는다. 행사의 큰 틀은 잡힌 만큼 완성도를 높이는 섬세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 도민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다. 앞으로도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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