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미협, 제주미술제 컨퍼런스 개최...새로운 시도 전반적 호평

지난해 열린 제24회 제주미술제를 총정리하는 컨퍼런스가 16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렷다. ⓒ제주의소리
대대적인 변화 속에 지난해 개최한 제24회 제주미술제를 총정리하는 컨퍼런스가 16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변화 속에 치러진 제주미술제를 총 정리하는 자리가 열렸다. 제주 미술인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본래 취지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는 호평과 함께, ‘오늘의 제주’ 현실을 비추는 축제로 발전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회장 강민석, 제주미협)는 18일 오후 4시 김만덕기념관에서 ‘2019 제주미술제 컨퍼런스 : 제주미술제의 현재와 미래’를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전시실 전관에서 열린 제주미술제는 기존 방식을 상당수 탈피하며 지역 예술계에 큰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매년 관행처럼 이어오는 방식을 탈피했다. 전문가 초청 워크숍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격년제 간격으로 ‘재미있는 축제’처럼 열자는 방향을 정했다. 2017년 한 해를 건너뛰고 탄생한 <제24회 제주미술제>는 ‘제미재미잼잼’이라는 주제처럼 부담 없이 지역 미술인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가장 큰 변화로는 제주 미술인들의 포트폴리오를 온라인에 등록하는 홈페이지를 새로 구축했다. 타 지역 미술전문가와 현업 미술 작가를 연결해 다양한 조언을 듣는 ‘포트폴리오 리뷰’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엽서로 만든 참여 작가의 작품과 다양한 소품을 배포하고, 20호 이하 작품을 전시했다. 문예회관 야외 마당을 파티장처럼 꾸미는 시간도 마련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담을 덜어낸 성격이 짙었다.

# 가능성의 발견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이나연 큐레이터는 지난해 제주미술제를 총괄 지휘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대해서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아카이브하는 기능이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을 발견했다. 일정과 예산 문제로 영문 번역을 함께 싣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 리뷰는 “참여작가들에게 가장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동시에 10여분 간의 짧은 리뷰 시간을 제한한 것이 전문가와 작가 모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 진지한 논의가 불가능했다”고 평했다.

엽서는 “엽서 형식으로 유통하기에 적합한 이미지인지의 유무가 중요했다. 사진 작품이거나 일러스트에 가까운 작품일수록 유통에 유리할 수 있었고 설치나 조각 작품인 경우 불리한 조건이었다”면서 “라운지로 활용한 제1전시관 공간이 생각보다 커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부족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열린 제24회 제주미술제를 총정리하는 컨퍼런스가 16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렷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열린 제24회 제주미술제 전시장 풍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열린 제24회 제주미술제를 총정리하는 컨퍼런스가 16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렷다. ⓒ제주의소리
작품 엽서를 배포하는 부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열린 제24회 제주미술제를 총정리하는 컨퍼런스가 16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렷다. ⓒ제주의소리
제주미술제 참여 작가를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호 이하 작품 전시는 “다양한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실험은 좋았지만, 작가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했다”, 공예·입체 작품을 소개·판매하는 전시장은 “조각, 도예, 서예 작품들을 백화점 상품처럼 보이기는 어렵다는 점을 간과했다. 단체전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한 섹션”이라고 자평했다.

두 번째 주제 발표자 양은희 스페이스D 디렉터는 “청년 작가부터 원로 작가까지 어울리는 지역 작가 축제라는 개념을 충실히 이행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참여자와 관람객의 볼거리도 제공했다. 문예회관의 익숙한 전시 형식을 탈피했으며, 포트폴리오 리뷰 같은 행사는 제주에 꼭 필요한 성격”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4일 이라는 짧은 전시 기간은 민망함을 자아냈다”면서 향후 과제로 ▲회화에 치우친 구조 극복 ▲예술감독 제도 유지, 조직위원회 구성 ▲외부 작가 초청 등 다각화된 방식으로 행사 구성 ▲타 지역 미협과 협업 혹은 후원 등 연결 고민 ▲전시장 주변 여러 곳까지 공간 확대 ▲플리마켓 등 협업으로 시민 참여 확대 ▲제주비엔날레와 관계 설정 고민 등을 꼽았다.

# 제주의 현재 고민은 무엇인지 보여줘야

토론 참가자들은 확인된 장점은 그대로 살리되, '제주 현실'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을 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는 “새로운 제주미술제는 2년에 한 번씩 이슈를 정해 제주 미술작가들이 고민하는 장이 돼야한다. 작가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담론의 장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국제 전시인 비엔날레는 그대로 진행하고, 제주미술제는 제주에 집중하는 행사로 치르자”면서 “알게 모르게 제주 곳곳에 미술 공간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제주미술제 기간 한 달 동안 모든 미술 공간이 같은 주제로 기획전을 연다면 정말 좋겠다. 이를 위해 제주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 지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기섭 제주청년미술작가회 회장도 “현재 제주 담론을 개발하고 지금의 고민을 전시로 엮는 움직임까지 뻗어가자”면서 “지난해 제주미술제는 협회 실무진을 맡은 작가들이 생업 고민을 잠시 포기한 정도까지 노력하며 만들었다. 어느 정도의 희생, 참여는 필요하지만 제주미술제를 전담할 조직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최초 제주미술제는 지역 작가 개개인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자리로 시작했다. 이는 군부독재가 끝나고 새로운 문민정부가 등장한 시대 분위기와 영향이 있다. 흡사 1884년 프랑스에서 시작한 앙데팡당(Independent, 자유 출품 전시)과도 유사하다”면서 “이런 역사를 고려할 때 앞으로 제주미술제는 협회 가입 유무 할 것 없이 모든 작가를 모으는 앙데팡당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 더불어 형식이 아닌 제주의 역사와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난해 열린 제24회 제주미술제를 총정리하는 컨퍼런스가 16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렷다. ⓒ제주의소리
컨퍼런스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미술제에 참여했던 윤순영 작가는 “제주도 구석구석에서 찾아오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 일단 작가들이 재미있어 하면 일반인들도 같이 와서 참여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좋겠다”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오픈 스튜디오는 작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타 지역 미술행사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료 체험이) 당연하다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강조할 기회다. 작품 사진 포트폴리오가 없는 작가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사진 전문가를 투입해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도움도 좋겠다. 준비기간 역시 충분히 길게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선희 한라일보 기자는 “홈페이지는 제주미술 아카이브의 기초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용에서 있어서는 제각각이다. 어떤 작가는 해설만 있고 어떤 작가는 이미지만 있다. 지속가능한 홈페이지 운영 방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1회 제주미술제 창립 멤버 가운데 한 명인 백광익 작가는 “우리가 왜 제주미술제를 만들었까? 바로 내 편, 네 편 나누지 말고 한 자리에서 모이자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이유였다”면서 “지난해 행사를 살펴보니 제주미술제가 진작 이렇게 가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앙데팡당 스타일로 ‘우리들’의 그림을 보여주자”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강민석 회장은 “지난 해 제주미술제는 작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축제이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축제라는 동기부여가 입체적으로 요구되는 사업이었다”고 되돌아보며 “동시에 여러 기관과의 관계도 고려하는 상당히 복합적인 요소가 강했다. 완성보다는 가능성을 모색한 만큼 내년 25회 미술제를 차근차근 내실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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