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엄아동센터-극단 예술공간 오이, 여름방학 맞아 연극 제작...“아동·청소년에 소극장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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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연극 '못 찾겠다 소사만?' 공연을 마치고 구엄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부모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아동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경험했다. 한 여름 보름 넘게 동고동락하며 연습한 연극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아이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땅거미가 뉘엿뉘엿 지는 21일 오후 7시 30분, 제주시 연동 지하 소극장 ‘예술공간 오이’는 아이와 어른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구엄지역아동센터가 연극 <못 찾겠다 소사만?>을 공연하는 날.

여름방학을 맞아 준비한 이번 공연은 배우, 음향, 조명부터 소품 제작까지 아이들이 손수 맡았다. 센터는 연극 예술이 아이들의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일면식도 없지만 언론을 통해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를 접했고, 연기 지도·제작을 의뢰했다. 요청을 받은 예술공간 오이는 기꺼이 수락하면서, 고승유 단원을 강사로 배정했고 소극장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정성을 기울였다.

연습 기간은 무더위가 절정이던 7월 29일부터 8월 20일까지. 고승유는 제주시에서 구엄리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아이들과 만났다.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공들여 연습에 매진했고 마지막 리허설까지 꼼꼼히 마치고, 이날 성공적으로 무대를 올렸다.

<못 찾겠다 소사만?>은 재치 있게 저승사자를 피하며 3000년을 보낸 소사만(배우 강현우)과 그를 잡으려는 강림(정희찬)·일직(변영석)·월직차사(고려원)의 대결을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다. 출연진은 정희찬, 강현우, 변영석, 고려원, 오민서, 성연주, 김민건, 정성찬, 김민서다. 음향은 박지환, 조명은 강현지가 담당했다. 소품은 박현률, 김태영, 김태인, 김태율이 제작했다.

출연 배우 대다수가 초등학생인 어린이극답지 않게 대사는 속도감 있었고 나름대로 맞춘 합도 웃음을 자아냈다. 음향·조명 조작도 집중을 크게 해치지 않았다. 소품은 저승사자의 갓부터 신발까지 나름 꼼꼼하게 신경 썼다.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지만 최대한 역할에 몰입하는 모습 하나라도 놓칠까, 부모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았다.

무대 인사까지 마친 ‘배우’를 객석에 앉은 부모들은 힘껏 껴안고 격려해줬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때로는 얼떨떨한 표정이지만, 홀가분하게 즐거워보인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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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치고 다과를 나눠 먹는 아이들과 부모들. ⓒ제주의소리

저승사자 대장이자 소사만을 잡는 핵심 역할을 맡은 정희찬(구엄초 4) 군은 “팀원들과 큰 실 수 없이 마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면서 “연극은 이전에도 몇 번 경험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대본을 외우는 게 훨씬 더 힘들었다. 그래도 반복하면서 외우다보니 점점 익숙해졌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정 군은 “친구, 동생, 형·누나들과 함께 협동하는 경험이 가장 좋았다. 연습하면서 많이 친해졌다”며 “처음엔 정말 어려워 보이는 대본을 외우면서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성숙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최연장자인 박지환(신엄중 1) 군은 음향을 담당했다. “노래나 브금(효과음)을 때 맞춰 나오게 작동했다”고 설명하면서 “놓치지 않게 음향을 넣기가 쉽지 않았고 연습할 때는 실수도 했다. 그러나 본 공연은 무사히 끝냈다”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박 군은 <못 찾겠다 소사만?>이 첫 연극이다. “공연이 시작하면서 내내 긴장했지만 동시에 재미도 느꼈다. 사람들에게 박수 받으며 좋은 반응도 얻으니 기쁘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연극을 해보고 싶다. 그때도 음향을 맡겠다”고 웃어보였다.

자녀를 보는 부모 마음은 기쁘고 기특하다. 변영석(일직차사 역) 군의 어머니 방금숙(49) 씨는 "아직 내 눈에는 아기처럼 보이는데 저렇게 긴 대사를 외우고 연기하니 신기하면서 대견하다. 연극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번 작품에서 총 연출 겸 지도를 담당한 고승유는 연극 <4통 3반 복층 사건>, <바보히어로>, <우연가동> 등에서 배우로 출연했고 연극 <SS>를 연출했다.

그는 “어린 아이들을 가르친 적은 처음이다. 간혹 산만할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적극적으로 잘 따라와 줘서 마음 편히 준비했다”며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이 연극을 재미있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래서 실제로 무대 위에서 뛰어 놀았다. 본 공연 직전에 싸이키(반짝이는 조명)를 틀고 방방 뛰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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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과정. 가운데(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지도 강사를 맡은 고승유.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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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연습에 매진하는 아이들. ⓒ제주의소리

또 “함께 준비하고 공연한 시간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길 원한다. 그래서 조명이나 음향도 신경을 썼다”며 “지금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커가는 과정이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처럼 다가올 텐데, 연습 끝에 기쁜 무대를 경험했듯이 힘든 고비를 이겨내면 큰 기쁨이 온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연극 제작을 돕고 소극장까지 무료로 내주기까지는 오상운 예술공간 오이 공동대표의 결정이 있었다.

그는 “지역아동센터마다 예술 프로그램이 많이 열리는데, 더 많은 예술 단체들이 지역아동센터와 우호 관계를 맺고 교류해야 한다. 단체 홍보도 될 뿐만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인 역할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 예술공간 오이는 제주에서 공익적 성격의 공연이나 행사를 열고 싶은 아동·청소년 단체에게 얼마든지 소극장의 문을 열어줄 예정이다. 많은 연락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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