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 함덕서도 이장 소송전 '마을 곳곳 갈등'...모 마을회장은 공금 횡령하다 벌금형

제주 곳곳에서 이장 임명을 두고 법적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서는 이장 직무가 정지되는 등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3민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최근 마을주민 A씨가 동복리 마을이장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소송 전까지 이장 직무를 정지시켰다.

동복리는 2018년 1월10일 열린 이장선거에서 두 후보가 각각 256표와 251표를 얻어 5표차로 당락이 갈렸다. 이후 가짜 주민들의 투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마을 향약상 투표권을 가진 주민은 본적지 및 거주지가 동복리이어야 한다. 주소지가 동복리이고 동복리에 거주하면서 개발위원회의 인정을 받아야 투표가 가능하다.

법원은 당시 투표 참여 인원 중 34명의 등록지가 동복리로 확인됐지만 등록기준지는 다른 지역인 사실이 탄로 나자, 향약에서 규정하는 투표권 행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동복리장은 오늘(23일) '일신상의 이유로 이장직에서 사임한다'며 사직서를 마을회에 제출했다.

동복에 이어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조천읍 함덕리 이장 임명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서귀포시 하효마을도 소장이 접수됐지만 중간에 취하 되면서 가까스로 법적 분쟁은 피했다.

김녕리의 경우 직전 이장 B씨가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년의 임기를 시작했지만 구좌읍이 지난해 이장 해임처분을 내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직전 이장 해임에 따라 마을에서는 선거를 통해 2018년 8월 새로운 이장을 선출했다. B씨는 이에 반발해 구좌읍장을 상대로 이장해임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함덕리도 상황이 비슷하다. 함덕마을회는 2017년 12월 이장선거를 열어 C씨를 선출했다. 이에 낙선자측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 무효를 결정했다.

반면 함덕리마을회는 마을총회를 열어 선관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결국 조천읍은 선관위가 아닌 마을회의 의견을 존중해 2018년 2월 C씨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그 사이 선관위가 재선거를 열어 또 다른 후보자를 선출하면서 당선자가 2명이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임명에서 배제된 당사자는 그해 4월 법원에 이장 임명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에서 이장은 예로부터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였다. 제주특별자치도 리·통 및 반 설치 조례에 따라 이장은 읍·장·동장의 지도·감독을 받아 정해진 업무를 처리한다.

주요 업무는 리·통 관내 환경개선 및 교통질서 확립 등 지원에 관한 사항, 각종 공익활동 협조지원에 관한 사항,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복지업무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이다.

지역개발사업의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사항도 업무에 포함된다. 최근 각종 개발사업이 늘면서 이장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막대한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공항과 항만, 하수처리장, 쓰레기매리장, 풍력발전, 해수욕장 등이 들어선 마을에서는 수익사업을 운영하면서 이장이 각종 사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2017년 3월20일 제주시 모 마을회장의 경우 마을 내 호피스텔업 업체로부터 마을 경로잔치와 마을포제 지원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고 이를 횡령해 사용하다 처벌을 받기도 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개발사업 진행되거나 마을회 자산이 많은 곳에서는 이장 선거 자체가 치열하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간 갈등이 생길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민 증가에 따라 향약 문제로 분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마을 내 갈등을 줄이기 위해 개발사업이나 향약 개정과정에서 충분하고 투명한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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