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133. 허풍선이 신작로에서 매를 맞는다

* 연설쟁이 : 허풍선이, 허풍쟁이
* 얼친다 : 매를 맞는다

헛된 말, 거짓말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 그럴싸하게 꾸며대서 하는 말은 듣는 사람의 귀를 솔깃하게 할지 모르나 얘기 속 주인공에게는 이만저만 피해가 되지 않는다. 내용에 따라서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믿을 것이 못 되는 남의 말을 일삼는 연설쟁이는 곧 허풍선이(허풍쟁이)를 뜻한다. 입도 아프지 않은지 허황하기 짝이 없는 말을 마구 쏟아 놓는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낭패 사는 일인들 왜 없으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를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출처=트럼프 트위터.
트럼프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허풍쟁이로 여기저기서 묘사된다. 사진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를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서 내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출처=트럼프 트위터.

허풍을 떨고 다니는 자를 만나기만 해 봐라 하고 벼르고 벼르다. 신작로(한길)에서 딱 마주쳤는데 그냥 지나치겠는가. 붙들어 놓고 한바탕 매를 올려붙인다는 것이다. 동네방네 또 외방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톡톡히 창피를 준다 함이다. 

허풍쟁이에게 속은 사람, 피해를 보거나 욕 본 이들이 속 시원히 앙갚음을 한다. 말을 함부로 하고 다닌 죄 값을 치르는 것이니, 매를 맞아도 싸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 매로 응징하는 장면을 제시하면서,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 노변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인과응보다. 허풍쟁이의 못된 처신을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는 경계의 메시지다.

허풍을 떠는 사람을 낮게 일컫는 말이 허풍쟁이 또는 허풍선이다.

“당신이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 있나를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차라리 허풍쟁이가 되라” 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한편, 지나치게 착하거나 연민하거나 겸양을 떨거나 숫기가 없어 눈앞의 어떤 상황에서 쉽게 물러나려 한다면 무슨 일이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조던 피터슨 교수는 말한다.

“저에게 심리상담을 받은 내담자의 상당수는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에 직장과 가정에 곤란을 겪습니다. 남녀 불문, 공격적이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주 쓰는 치료법은 ‘적극적인 주장 훈련’입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경선을 치르던 시절 얘기 한 토막.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전망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유명한 허풍쟁이 트럼프가 TV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의 발언 기회를 빼앗거나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타 공화당 후보들의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보았다.

과연, 출마 선언 한 달이 채 안돼, 트럼프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 자리를 꿰찼다.

지금도 트럼프는 허풍쟁이 스타일 그대로다. 북미회당 관계, 한미동맹 관계, 방위비 관계 등 중대한 사안임에도 진중하게 말하려 않고 마구 떠벌이기 일쑤이다. 한국이 잘 사는 나라라며 방위 부담을 지금까지보다 다섯 배를 더해야 한다는 식이다. 제멋대로 떠벌이는 영락없는 허풍쟁이다. 겉으로 보기엔 세계 최강국 대통령다운 품격과 거리가 멀지 않은가. 

트럼프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묘한 허풍쟁이 같기만 하다.

일단 우스갯소리로 한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신작로에서 여럿의 손에 몰매를 맞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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