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과 당연히 함께 가야"..."도민만 바라보겠다" 발언 자기모순 비판 시각도

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전국 17개 광역시도지사 중 유일하게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보수 야권통합'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안철수-유승민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합리적인 사람들이 한 진영에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5일자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보수 야권 통합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원 지사의 발언을 놓고 보수 정치권 일각에선 본격적인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역할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하면서 '엇갈린 시각'도 나온다. 

원 지사는 2014년 새누리당 간판으로 제주지사에 당선됐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열풍에 탈당하고, 바른미래당에 입당했다가 2018년 4월10일 탈당 후 무소속으로 제주지사에 재선됐다.

원 지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내 정치성향은 분명히 야(野)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성취를 긍정하고, 이를 계승하면서 개혁을 해나가자는 것이 나의 정치 노선"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는 안보관과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정책을 꼬집었다.

원 지사는 "추상적인 민족국가론과 반일.반미 정서로 6.25 전쟁 때 북한과 중국이 대한민국을 점령하고 지배하려 총력을 쏟아부었던 냉혹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단추를 잘못 꿰어도 한참 잘못 꿴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탄생하고 생존해 온 외교.안보 질서의 근거를 관념적 사고이며, 북한의 환심을 사야만 민족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근거없는 친북주의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추려다가는 기형적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원 지사는 "물통은 채우지 않고 수도꼭지만 늘리는 꼴"이라며 "거래질서를 공정하게 하고, 기득권의 탐욕은 적절히 제어하며 분배구조를 개선하되, 생산성 향성을 통한 시장활력 제고란 우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의 탄핵 찬성.반대파의 골에 대해 원 지사는 "보수가 통합하려면 일단 '싸우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맺어야 한다"며 "차이점에 집중하기 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정치적 일정들을 합의하고, 세부적인 룰을 정하는 데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떼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통합의 그림에 대해 원 지사는 "외연으로 보자면 유승민과 안철수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며 "나아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합리적인 사람은 다 모이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민주당도 과거 (보수정당 내) 개혁파는 자기들에게 오라고 늘상 말했다"며 "집권하면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점은 남겠지만 함께 어울러 가야 한다. 정치라는 것은 결국 자기편을 늘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에 입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원 지사는 "지금은 도정에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야권 진영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하겠다. 정치적인 선택에 대해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보수야권 통합에 대해 역할을 하겠고, 한국당에도 입당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보수통합의 키는 누가 쥐고 있느냐는 질문에 원 지사는 "황교안 대표, 그의 리더십에 달렸다"며 "황 대표의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황 대표 역시 이대로 가만 있으면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당내 설득은 물론 당밖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통합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 지사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플랫폼 자유와 공화'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 두번째 세션 '야권통합과 혁신의 비전'에서 축사를 할 예정이다.

원 지사의 인터뷰에 대해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이 반가운 인터뷰를 읽었습니다"라며 "개혁 소장파 정치인으로서 담대한 개혁보수의 길을 걸어왔으며, 이제는 행정 경험까지 섭렵한 원희룡 지사의 보수통합과 혁신을 위한 큰 역할 기대합니다"라고 평했다.

한편 원 지사는 지난해 민선 7기 무소속으로 제주지사에 당선된 후 가진 취임사에서 "제주지사로서 일을 함에 있어서 제주도민을 중심으로 삼겠다"며 "도민이 도정의 주인이고, 도정의 목적도 도민이고, 도정의 힘도 도민으로 어떠한 권력과 이념도,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관계도 도민 위에 있지 않다"고 도민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당시 원 지사는 "새로운 도정을 시작하면서, 저에게는 소속정당도 손잡은 정치세력도 없지만, 제주도민만 바라보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와 관련, 지방정가를 중심으로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원 지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중앙정치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란 평가와 "도민만 바라보겠다"던 발언과는 자기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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