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모 종합병원서 항생제 맞고 심장마비 숨져.. 아버지 "억울, 진실 밝혀달라" 오열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지훈(가명)군의 분향소. 영정사진 대신 뽀로로 인형 등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지훈(가명)군의 분향소. 영정사진 대신 뽀로로 인형 등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어떻게든 정신을 붙들고는 있어요. 지훈이(3살, 가명)를 잘 보내주는 것도 부모의 일이니까...그런데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이라도 죽은 아이와 같이 가고 싶어요. 이 아이를 어떻게 혼자 보내야 하는걸까요."

애써 덤덤한 척 버텨온 부정(父情)은 채 5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장모씨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아들의 영정 앞에서 기어코 눈물을 쏟아냈다.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생후 25개월 된 영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23일이다. 이 병원 입원실에서 항생제 주사를 맞은 장씨의 아들 장지훈 군은 항생제 주사를 맞은 직후 이상 증세를 보였고, 응급조치를 받았음에도 2시간여만에 결국 심장마비로 숨졌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갑작스런 아이의 죽음에 영정사진은 준비되지 못했다. 그 자리에는 아이가 평소 좋아하던 인형과 장난감이 놓여있었다. 영전 음식도 아이가 즐기던 미역국과 어린이용 음료 등을 올려뒀다.

사고 당시를 떠올린 장씨. 아이가 입원치료를 받게 된 것은 지난 22일 아침이었다. 전날 모기에 물린줄로만 알고있던 아이 이마의 붓기가 얼굴 전체로 번지자 급히 병원을 방문했다. 그나마 큰 병원이 낫겠거니 싶어 품을 들여 종합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의 권유로 아이는 진료 당일 곧바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두 차례에 걸쳐 항생제 주사도 맞았다.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지훈(가명)군의 분향소. 지훈 군이 평소 즐겨먹던 음식이 영정 앞에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지훈(가명)군의 분향소. 지훈 군이 평소 즐겨먹던 음식이 영정 앞에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지훈(가명)군의 분향소. 가족들의 이름과 '사랑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지훈(가명)군의 분향소. 가족들의 이름과 '사랑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제주의소리

사고가 발생한 것은 그 다음날 아침 6시30분쯤이었다. 이른 새벽 세번째 항생제 주사를 맞은 아이는 갑자기 청색증 증세를 보였다. 청색증이란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른색을 띄는 증세로, 주로 유아들에게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2시간여에 걸쳐 응급치료가 이뤄졌지만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주변에 보면 아이들 키우면서 감기에 걸리거나 독감에 걸려도 입원하곤 하잖아요. 그런 정도라고만 생각했어요. 아이가 지병이나 그런게 전혀 없었거든요. 평소 아프던 아이라면 갑작스런 사고를 이해라도 할 수 있었겠죠."

얼굴을 감싸쥐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아버지 장씨.

"주사를 투약하고 아이가 순간적으로 '앵' 하고 울었어요. 그러고 간호사가 나가자마자 바로 이상증세를 보였어요. 단 몇 분이라도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주사를 놓자마자 일이 벌어진거에요.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주사를 놓은 찰나에 심정지가 왔다고 하면 그 누가 사고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매뉴얼대로 했다'는 병원측의 일관된 대응은 가족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아이가 영안실에 들어갈 때까지도 그 누구도 우리에게 아이가 왜 죽게됐는지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 답답해서 유족들이 병실로 직접 올라가서 투약했던 간호사, 응급처치를 했던 의사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결국 이들을 만난건 오후 4시였어요. 상식적으로 이런 사고가 나면 그 누구라도 설명을 해줬어야 하지 않나요?"

병원측과 공식적으로 대면한 자리에서도 아이가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당시 병원측은 "사고의 개연성은 있을 수 있지만, 확정지을 수 없다, 제3의 기관에서 판단해봐야 한다"며 "유감이다. 병원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내놨다.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지훈(가명)군의 분향소. 영정사진 대신 뽀로로 인형 등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모 종합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투여받은 후 숨진 지훈(가명)군의 분향소. 영정사진 대신 뽀로로 인형 등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유감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죠. 여기서 잘못됐다는 말을 하면 자기네 잘못이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인지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없더라고요. 아이가 치료 후 집에서 죽었다면 원인이 뭘까 고민해볼 수 있겠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병원에 있었어요. 그 병원에서 판단을 못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

결국 유족은 의료사고 의혹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22일과 23일자 진료차트와 당시 사용했던 식염수 등을 임의제출 형태로 전달 받아 전문기관에 자문을 구하는 등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장씨에게는 숨진 아이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쌍둥이 딸이 있다. 

"아이 엄마도 무너질까봐 일부러 딸 곁에 뒀어요. 아내도 저와 마찬가지로 살아도 살아있는게 아닌 느낌입니다. 제발 진실이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갖고 협상을 하겠어요. 우리가 알고싶은 것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명확한 진실입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병원측 관계자는 "사용된 항생제는 일반적인 아이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사용됐던 것이다. 현재로서는 병원측의 과실이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오늘 오후 부검을 통해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정 사진이 있어야 할 자리를 대신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지훈이가 평소 그렇게 좋아했던 뽀로로 인형과 장난감, 바나나, 스케치북... 보면 볼수록 떠올려지는 천진난만한 지훈이의 웃음이 지금도 귓가에 선하다. 그래서 아버지 장씨는 그곳조차 쳐다볼 수 없어 그저 목놓아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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