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 3개월 째 촬영중...주중·주말 눈코뜰새 없는 '중앙행보' 비판 제기

민선 7기 제주도정이 겨우 임기 1년을 마친 시점임에도 원희룡 제주지사의 도정 수행 태도에 대해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중에는 공중파 TV 예능 프로그램 촬영에 시간을 뺏기고, 주말에는 잦은 서울 일정으로 '중앙정치 무대'에만 한 눈 파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나오고 있다. 도정은 뒷전이고 이미지 정치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6일 오전 9시 제주도청 삼다홀에서 주간정책회의를 주재했다.

매주 주재하는 주간정책회의여서 형식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날 회의에는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위한 TV 카메라 6~7대가 함께 했다.

다름 아닌 KBS 2TV 일요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촬영 때문이었다.

주간정책회의는 도내 언론에도 '비공개'로 진행되는 자리다. 하지만 원 지사가 고정 출연 중인 이번 예능프로그램을 위해서 예외적으로 공개됐다.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매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방송되는 예능으로 원 지사는 11회부터인 7월7일 방송분 부터 출연 중이다. 

촬영은 방송보다 3~4주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원 지사 촬영은 지난 6월부터 시작돼 현재 8월까지 3개월째 계속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원 지사의 주중 일정 중 상당한 시간이 예능 방송 촬영용으로 잡히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25일 방문한 마라도 민생소통 일정도 '당나귀 귀' 촬영으로 잡힌 일정이고, 26일 시내버스 타기 역시 촬영일정이었다.

민선7기 출범 당시 "오직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했던 원 지사다.  그러나 임기 1년을 겨우 마친 시점에서 도민이 아닌 '중앙 정치 무대'로의 곁눈질이 잦아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제기되는 것.  

앞서 원 지사는 지난해 7월2일 민선7기 출범 기자회견에서 "저에게는 소속정당도 손잡은 정치세력도 없지만 제주도민만 바라보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히면서 "도지사로 일을 하에 있어서 도민을 중심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민선7기 지방선거 전후로 중앙정치에 곁눈질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원 지사는 이날 취임사에서 '도민'만 24차례 언급하며 '도민 중심'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원 지사는 지난 6월부터 거의 매주 서울 일정이 잦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정계개편의 시나리오가 급속히 전개되는 과정에서 '원희룡' 이름도 자천타천으로 중앙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중앙언론과의 인터뷰도 늘고 있다. 원 지사는 25일자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보수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공식 언급하며 중앙정치 복귀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도 낳게 했다.

원 지사는 오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플랫폼 자유와 공화'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 두번째 세션 '야권통합과 혁신의 비전'에서도 축사를 할 예정이다. 사실상 '축사'라기 보다 야권통합을 주제로 한 기조발표에 가까운 시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4.15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야권은 현재 '헤쳐모여' 수준으로 정계개편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평화당은 둘로 쪼개져 있고, 바른미래당 역시 손학규와 유승민·안철수계로 갈라져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원 지사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계개편의 흐름 속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고, 합류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최근 부쩍 잦아진 주중 예능 촬영과 주말 서울 출장 일정에 대해 "제주도정은 뒷전이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최근 지사의 일정이 KBS 예능 촬영과 서울 일정에 너무 올인하고 있다"며 "일선 부서에서도 지사 일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도청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원 지사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제2공항 갈등과, 쓰레기 대란 등 당장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데  원 지사는 도정에 집중하기 보단, 연일 자기 알리기를 통한 이미지 정치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도청 안팎에서 확산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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