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모아카데미] 정답사회 속 행복한 직업찾기

"아이들의 꿈을 누가 정해줍니까? 첫번째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정해주고, 두번째는 옆집 아줌마들이 그 꿈을 정해줍니다. 우리 엄마들은 '너희 아들 뭐해?'라고 물었을 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직업을 아이가 갖기를 원하거든요. 그동안 아이들의 직업은 옆집 아줌마가 정해준 겁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아름다운배움의 고원형 대표는 정답을 강요받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행복한 직업'을 찾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뼈아픈 제언을 전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주최하고 [제주의소리]가 주관하는 '2019 부모아카데미' 강연이 29일 오전 9시30분 아라초등학교에서 진행됐다.

29일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  ⓒ제주의소리
29일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 ⓒ제주의소리

'진로·전공 탐험대'라는 소주제를 갖고 진행된 이날 프로그램은 부모에게는 진로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자녀들은 다양한 전공을 경험해 시야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세부적인 강의는 부모와 자녀가 따로 분리돼 진행됐다. 학부모가 강연을 듣는 동안 자녀들은 학과 전공 대학생들과의 만남으로 전공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아라초 6학년 10개반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부동산학과 △조경학과 △항공우주공학과 △사회복지학과 △바이오에너지공학과 △국어교육과 △지리교육과 △패션산업학과  △경제학과 △외식산업학과 △해양경찰학과 △간호학과 △상담심리학과 △교육학과△특수교육학과 △러시아학과 등의 전공 대학생들이 학생들을 멘토링했다.

학급 당 20분씩 진행돼 각 반에서 총 4개의 전공 멘토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 궁금해왔던 질문들을 쏟아내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같은 시간 1층 대강당에서는 '정답사회 & 행복한 직업' 이라는 주제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고원형 아름다운배움 대표의 강의가 진행됐다.

29일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  ⓒ제주의소리
29일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 ⓒ제주의소리
29일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  ⓒ제주의소리
29일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 ⓒ제주의소리

고 대표는 "여러가지로 정의내릴 수 있겠지만, 저는 대한민국을 '정답사회'라고 규정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모두가 정답을 강요받고 있다. 수업 과정이 그렇고, 심지어 패션이나 여가생활 등도 모두 정답이 있는 듯이 맞춰간다. 정답에서 멀어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력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질문을 해야 할 때도 정답이 무엇인지 모르면 질문하지 않는다. 대학교 강의 끝나는 시간에 질문하라고 해서 한 명이 손을 들면 온갖 눈총이 그 친구를 향한다. 초등학생들은 질문을 엄청 많이하는데, 놀랍게도 고등학생들은 질문을 거의하지 않는다. 내가 남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 대표는 자신의 성장기를 회고하며 "저희 때는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경험이 없었다. 밤 10시까지 공부만 하라고 두들겨 패는 학교였고, 대학은 학원 실장이 보내줬다. 무조건 공부만을 강요하는 환경이었다"며 "그러다보니 30살때 사춘기가 왔다. 내가 진짜 뭘하고 싶은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이런 고민들을 30살이 넘어서 했다.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은 이 질문을 제가 온전히 받아들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가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내리면 낙오될까봐 불안해서 내리지도 못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버스와 지하철을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타고 있는 것"이라며 "혹시 여러분의 자녀들도 똑같은 상황일 수 있다"고 조언을 건넸다.

고 대표는 "꿈이라는건 어두운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 동굴에선 한줄기 빛으로 출구를 찾기 마련이다. 방향성만 명확하다면 그 다음은 땅을 보면서 나가면 된다. 동굴엔 수많은 웅덩이와 바위가 있다. 미래의 방향성을 가지되 현재의 하루를 살아간다면 빛은 자연스럽게 커지고 꿈은 구체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29일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  ⓒ제주의소리
29일 열린 '2019 부모아카데미' 프로그램. ⓒ제주의소리

또 그는 "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일상의 삶과 직업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학교에서 직업 체험을 하면 의사, 변호사, 검사 등 명망 높은 사람들만 와서 특강하지 않나. 하지만 아이들은 집에 가는 길에 버스기사를 만나고, 마트 캐셔를 만난다. 아이들이 직업이란걸 고상하고 숭고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하는 것"이라며 "일상의 삶과 아이들의 진로를 절대 구분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고 대표는 "아이들의 꿈을 가꿔나가는 것은 나무를 심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 나무가 싹이 트고 자라기까지는 태양, 물, 거름 등이 필요한데, 씨앗을 심고 '잘 심어졌나' 하며 파보면 곧 씨앗은 썩는다"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부모들이 이 시간을 허락해줘야지만 싹이 트고 나무가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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