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9일 제주시내 모 장례식장서 머리카락 8가닥과 양복 한 벌로 장례일정 마쳐

결국 시신 없는 장례가 치러졌다. 여덟가닥의 고인 머리카락이 시신을 대신했고, 그 빈자리는 유족들의 눈물과 안타까움으로 채워졌다.  

고유정의 전 남편 강모(37)씨의 유족들은 27일부터 29일까지 제주시내 모 장례식장에서 고인에 대한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애초 유족들은 시신을 찾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기로 했지만 고인의 사진을 보며 매일 눈물을 훔치는 부모님을 외면하지 못해 결국 가족끼리 조촐한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평소 쓰던 모자에서 발견한 머리카락 8가닥과 양복 한 벌로 제를 올렸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날아갈까 한지에 곱게 담아 입관할 때까지 품에 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 사실을 일부러 외부에 알리지 않았지만 고인의 학교 선후배와 지인, 고향 선후배와 주민들까지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장원석 제주동부경찰서장도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 예를 갖췄다. 장 서장은 이 자리에서 “고인의 장례를 치르더라도 시신수색에 기한을 두지 않고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장 서장은 고유정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기남 전 서장에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동부서를 이끌고 있다. 박 전 서장은 이번 인사에서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 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씨의 유족측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분들께 평생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 가겠다”며 “고인의 유해가 유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시신이 없는 상태에서 9월2일 도내 한 사찰에서 불교식으로 화장 의식을 치르기로 했다. 언제든 시신이 일부라도 발견되면 화장해 봉안할 수 있도록 봉안탑도 마련했다.

강씨는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고유정에 의해 살해 됐다. 고유정은 시신을 훼손하고 제주~완도간 해상과 경기도 김포시 가족명의 주거지에서 은닉했다.

경찰과 해경은 제주와 김포지역 쓰레기처리장과 해상에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98일이 지난 현재까지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고유정은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7월1일 구속기소 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은 피해자 강 씨 장례에 따른 유족 측의 입장문 전문

피해자 유족 대표 입장문

8월29일 고인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고인이 사망한지 어느덧 100일이 다 되어 감에도 장례조차 제대로 치러지지 못하여 늘 죄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에는 시신이 일부라도 수습이 되어 제대로 장례를 치러드리고 싶었으나 방 한편에 모신 고인의 영정사진 앞에서 매일 밤 저 몰래 눈물을 훔치시는 부모님의 얼굴을 더 이상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임 제주동부경찰서 서장님께서 고인의 장례를 치르더라도 시신수색에 기한을 두지 않고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하셨고, 이를 믿고 장례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장례는 고인이 평소 쓰던 모자에서 발견한 머리카락 8수와 양복 한 벌을 갖고 치렀습니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날아갈까 한지에 곱게 담아 입관할 때까지 품 안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머리카락 한 올이 천금보다 소중했습니다. 

고인의 지인 분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기에 초라한 장례식이 될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학교 선후배 및 지인 분들, 그리고 고향 분들까지 많이 참석해 주셔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고인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아 일반화장터에서 화장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기에, 부득이 9월2일 절에서 불교식으로 화장절차를 치르기로 하였습니다. 봉안탑도 하나 마련했습니다. 언제든 시신이 일부라도 발견되면 화장하여 봉안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고인의 유해가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참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희 유족들은 그분들께 평생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고인을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어 장례 기간에는 기사를 원치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를 배려해주신 모든 언론사 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2019년 8월30일 
피해자 유족 대표 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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