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범죄 핵심 증거 졸피뎀 동일성 두고 설전...현 남편 전처의 가족까지 증인신청 요청

 

수사과정에서 내내 범행 과정 등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닫았던 고유정(37.여)이 느닷없이 법정에서 재판부 현장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보도를 통해 고유정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현 남편 A(38)씨에 맞서 배우자 전처의 가족들까지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일 오후 2시 살인과 사체 손괴 및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첫 공판 후 20여일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고유정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재판에 임했다. 방청석에서는 야유와 함께 살인마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제주교도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에 남성 4명, 여성 2명 등 6명의 교도관을 배치했다. 일반적으로 형사 합의부 사건에는 2명 안팎만 배치된다. 복수의 여성 교도관 배치도 드문 일이다.

법정 질서유지를 위해 제주지방법원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을 추첨을 통해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48개의 일반석 방청권 배부에 77명이 몰리면서 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유정은 오후 1시20분쯤 제주교도소 호송차량을 이용해 법원에 들어섰다. 1차 공판과 마찬가지로 수갑을 찬 채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첫 공판에서 피고인의 머리채가 시민 손에 붙잡히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제주교도소는 교도관을 대거 투입해 현장의 일반인 접근을 차단했다. 호송차 주변에 처음으로 통제선까지 설치했다.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 중인 고유정이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채 호송차에서 내려 검찰로 이동하고 있다. 수감된 피고인들은 제주지검 지하를 통해 제주지법 법정으로 이동한다. ⓒ제주의소리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 중인 고유정이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채 호송차에서 내려 검찰로 이동하고 있다. 수감된 피고인들은 제주지검 지하를 통해 제주지법 법정으로 이동한다. ⓒ제주의소리
고유정이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제주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의 오른손에 상처 치료를 위한 밴드가 눈에 띈다. 고유정 전 남편 살해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상처부위에 대한 증거보전을 법원에 신청했다. ⓒ제주의소리
고유정이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제주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의 오른손에 상처 치료를 위한 밴드가 눈에 띈다. 고유정 전 남편 살해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상처부위에 대한 증거보전을 법원에 신청했다. ⓒ제주의소리

법정에는 왜곡된 확증편향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문구까지 사용해가며 검찰을 몰아세웠던 남윤국 변호사가 참석했다. 검찰은 공판검사를 대신해 이환우 형사1부 강력팀 검사를 내세웠다.

고유정 측은 1차 공판과 같이 사체 손괴와 은닉 혐의는 인정했지만 계획적, 고의적인 살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 증거신청에도 상당수 부동의 하며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핵심은 졸피뎀 동일성과 정당방위 입증을 위한 증거보전과 현장검증이었다. 고유정 측은 검찰이 계획적 살인의 증거로 제시한 혈흔 속 졸피뎀의 동일성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이불 속 피해자 혈흔과 별도로 대검찰청 약독물 검출 감정을 통해 무릎용 담요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졸피뎀을 추가 확보했다.

고유정측은 국과수에서 확보한 혈흔 속 DNA와 졸피뎀이 나온 혈흔과의 동일성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을 포함한 제3자의 혈흔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검 감정에서 확보한 혈흔에서도 특정 혈흔에서만 졸피뎀이 검출된 점을 그 근거로 내세우며, 오히려 검찰 스스로 DNA와 졸피뎀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고유정 측이 국과수와 대검의 감정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추후 국과수 감정관 2명과 대검 감정관 1명을 증인으로 불러 입증하겠다고 맞섰다.

고유정 측은 1차 범행이 이뤄진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까지 요청했다. 현장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동선, 혈흔 분사 흔적 등을 통해 정당방위를 입증하겠다는 취지다.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을 위해 고유정이 탄 호송차가 제주지방검찰청 후문에 도착하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몰려 제주교도소 교도관들이 접근을 막고 있다.. ⓒ제주의소리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을 위해 고유정이 탄 호송차가 제주지방검찰청 후문에 도착하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몰려 제주교도소 교도관들이 접근을 막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유정이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의 오른손에 상처 치료를 위한 밴드가 눈에 띈다. 고유정 전 남편 살해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상처부위에 대한 증거보전을 법원에 신청했다. ⓒ제주의소리
고유정이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유정의 오른손에 상처 치료를 위한 밴드가 눈에 띈다. 고유정 전 남편 살해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상처부위에 대한 증거보전을 법원에 신청했다. ⓒ제주의소리

최초 수사를 맞은 동부경찰서는 이미 확보한 증거만으로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현장검증을 생략했다. 조리돌림도 이유 중 하나였다. 이에 고유정이 현장검증을 요청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모든 진술을 거부하다 이제 와서 현장검증을 요청하는 것은 사후적으로 진술을 짜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검증을 하려면 먼저 범행에 대해 소명하라”고 주문했다.

고유정 측은 현 남편의 전처 가족에 대한 증인신문도 요청했다. 현 남편은 자신의 친 아들(6일)이자 고유정의 의붓아들 사망 사고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 남편이 아들에 대한 살인 혐의로 고유정을 고소하고 언론을 통해 고유정에 불리한 발언을 쏟아내자 이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정 측은 현 남편의 전처가 의붓아들을 낳은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유에 대해 그의 가족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이끌어 낼 계획인 것으로 점쳐진다.

검찰이 이번 공소사실과 전혀 관련 없는 증인이라며 반박하자 재판부는 우선 중요한 증인들에 대해 심문을 진행하고 추후 채택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보류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후 “고유정측에서 재판을 쉽사리 끝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9월16일 오후에 열린다. 이날 3차 공판에서는 국과수와 감정관 2명이 증인으로 참석해 졸피뎀과 혈흔 감정 결과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게 된다.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 중인 고유정이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채 호송차에서 내려 검찰로 이동하고 있다. 수감된 피고인들은 제주지검 지하를 통해 제주지법 법정으로 이동한다. ⓒ제주의소리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 중인 고유정이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채 호송차에서 내려 검찰로 이동하고 있다. 수감된 피고인들은 제주지검 지하를 통해 제주지법 법정으로 이동한다. ⓒ제주의소리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을 위해 고유정이 탄 호송차가 제주지방검찰청 후문에 도착하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몰려 제주교도소 교도관들이 접근을 막고 있다.. ⓒ제주의소리
2일 오후 1시30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을 위해 고유정이 탄 호송차가 제주지방검찰청 후문에 도착하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몰려 제주교도소 교도관들이 접근을 막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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