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10) ‘청년이 행복한 제주’ 만드는데 우리 스스로 앞장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2018년도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 지방소멸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의 소멸위험 정도는 ‘주의’ 단계다. 소멸위험지수는 17개 광역시·도 중 9위이다. 제주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많은 지역들이 주의·위험 단계다.

최근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제주 인구 유출입 실태 분석 및 대응방안(2019)'에 따르면 2018년을 기점으로 순이동인구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전출 인구 중 생산연령인구인 20~40세대의 비중이 60.9%로 나타났다. 그리고 제주에 유입됐던 2년 미만의 이주민들이 다시 제주를 떠나고 있다.

타 시·도에 비해 제주는 유독 많은 생산연령인구가 빠져나간다. 2017년 제주특별자치도 청년실태조사에서 제주 청년 중 46%가 제주를 떠날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제주지역 전체 청년(19~34세) 중 매년 약 20%가 전출되고 있음을 통계청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주의 단계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제주는 지방소멸의 위험에 놓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제주 청년들은 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찾아 제주를 떠나려 한다. 새로운 삶을 찾아 제주를 찾았던 이주 청년들은 소득대비 주거비에 힘들어서, 여유로운 삶을 찾아 도시를 떠났지만 별반 다르지 않는 삶에 지쳐서. 대학 진학으로 제주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리턴 청년들은 교류, 인프라 등으로 인해 갑갑한 마음이 들어 또 다시 제주를 벗어날 기회를 찾는다. 제주가 좋아 제주에서 살고자 하는 많은 청년들이 한계를 느끼며 떠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아직 제주는 많은 이들에게 환상의 섬이며, 여전히 제주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은 많다. 그리고 떠났던 많은 청년들이 제주가 그립거나, 제주로 리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청년들도 많다. 지방소멸의 위험 상태로 가기 전 우리는 이들이 제주에 잘 정착하고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는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크다. 청년실태조사 중 한 FGI 인터뷰에서는 “떠날 생각은 없는데 제주는 급여에 비해 집이 너무 비싼 편이예요”라는 내용도 있다.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제주 지역 임금수준은 전국의 최하위다. 반면 주거비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지역이다. 제주에 이주했다가 주거비 부담으로 다시 떠나는 청년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제주는 임금 수준이 상당히 낮다. 최근 한 개발회사에서 내년도 채용계획을 밝히면 도내 업계 최고수준의 초임연봉을 제안했다. 2400만원이었다. 2020년도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경우 약 250만원 정도의 차이다. 이것이 도내 업계 최고수준이다. 제주도에서 제시한 생활임금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듯 하다.

전 세계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공론화되면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10가지 지표를 제시했다. 국내의 몇몇 지역에서는 이 지표를 기준으로 지역에 맞는 좋은 일자리 지표를 마련하고 있다. 제주 역시 지표 개발에 신경써야 할 듯 하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마음 놓고 기댈 곳이 필요하다. 현재 제주청년센터, 이주민정착지원센터, 주거복지지원센터 등 여러 지원기관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 그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은 청년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이 기관들이 문 턱이 닳도록 ‘청년들이 마음놓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시에 청년들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민간단체들이 다양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기반 조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제주가 누군가에게 살고 싶은 곳,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땅, 또다른 누군가에겐 자부심을 느끼는 고향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그런 제주를 만드는데 우리 스스로 앞장서고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경호(34)는?

"제주 청년, 사람을 연결하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청년이다. 2015년 제주사람도서관, 제주청년협동조합을 함께 하면서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과 함께 재미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풀어갔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제주에서 재미난 작당을 고민 중이다. 그 안에는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느슨한 커뮤니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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