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시내버스 운전자들 날마다 쓰레기에 용변…제주도 “알고있지만...” 관리소홀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에서 일부 버스 운전기사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에서 일부 버스 운전기사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수일 전 저녁, [제주의소리] 편집국으로 걸려온 한통의 독자제보 전화. 제주대학교 앞으로 출퇴근을 한다는 강호성(가명) 씨는 "제주대학교 정문 입구 회전교차로 동쪽의 시내버스 회차지가 온통 쓰레기장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주범은 대부분 버스 기사들"이라고 제보해 왔다.

강 씨는 "버스 기사들이 각종 쓰레기를 주차한 버스 뒤편 으슥한 곳에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며 "대중교통 운전자들의 의식이 이런 수준이라서 큰일이고, 이 일대는 전혀 청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정은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취재해서 바로 잡아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이튿날 제보를 받고 찾아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버스회차지 인근 현장은 제보대로 쓰레기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저기서 뒤섞인 악취도 풍겼다. 

생수병, 커피병, 컵라면 용기, 과자봉지, 맥주캔, 담배꽁초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일반 가정집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라기보다는 한눈에 봐도 오가면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들이었다. 개중에는 겉포장 색이 심하게 바랜 쓰레기들도 있어 짧은 시간에 쌓인 쓰레기가 아닐뿐 아니라 오랜 시간 청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짐작케 했다.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의 쓰레기더미.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의 쓰레기더미.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지난 4일 오후 제주대 정문 동쪽 시내버스 회차지에서 노상방뇨하는 시내버스 기사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의 쓰레기더미.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의 쓰레기더미. ⓒ제주의소리

이 현장은 제주대학교를 종점으로 하는 시내버스들이 머무르는 회차지로, 현장에는 버스들이 나란히 주차된 뒷 공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쓰레기들이 이곳저곳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버스를 이용하는 대학생이나 시민들이 오가는 곳이 아닌 버스 뒤편 외진 곳이었다. 그렇다면 제보자 강 씨의 증언대로 쓰레기를 투척한 주범(?)은 버스 기사들이 맞는 것일까.

이튿날 비교적 학생들의 이동이 잦은 하교시간을 이용해 같은 현장을 찾았지만, 가을장마 날씨로 인해 인적이 없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다시 이튿날과 또 다음날까지 현장을 취재한 결과 진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진이 이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머물러 있는 몇시간 동안 한적한 이 곳을 찾는 학생들이나 시민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버스 기사들은 수시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서 버스기사들이 차량 안에 있던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것을 5~6건 목격할 수 있었다. 

기사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이 일대에 쓰레기를 말 그대로 '투척'했다. 회차지로 복귀한 직후 차량 내 쓰레기통을 가져와 비우는 이도 있었고, 인근 편의점에 들렀다가 손에 쥐고 있던 쓰레기 봉투를 던지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쓰레기더미 위에 소변을 보는 복수의 기사까지 카메라에 포착됐다. 너무 자연스럽게 용변을 보는 모습은 한두번 해본 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학 정문 등 지척에 버젓이 화장실이 있는데도 백주대낮에 민망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서쪽으로 불과 10m 떨어진 거리에는 클린하우스가 버젓이 설치됐고, 동쪽으로는 기사들이 휴게공간으로 사용하는 간이건물이 설치돼 있었지만, 왜 이 공간에 쓰레기가 버려져 왔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에서 일부 버스 운전기사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에서 일부 버스 운전기사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에서 일부 버스 운전기사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정문 인근 버스회차지에서 일부 버스 운전기사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소유의 해당 부지는 버스 회차지로 사용되는 동안에는 제주도가 무상으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는 버스 기사들이지만 관리 권한은 제주도에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제주도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 맞고, 인지하고 있던 문제이기도 하다"며 "아라동에 청소를 정기적으로 하도록 요청은 하고 있고, 버스 회사에도 운전자들에게 쓰레기봉투를 일정 기간 나눠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러 업체 기사가 섞이다보니 일부 발생한 문제인 것 같다"며 "분리수거가 잘 이뤄지도록 지도감독을 더 철저히 하겠다. 각 버스회사에도 관리를 강화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보자 강 씨의 말대로 어제 오늘 일이 아니였고, 행정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고 했는데 왜 오랫동안 방치되었는지, '버려지는 양심'과 '무책임한 관리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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