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감사결과에 따른 23개 과제 후속조치 실시…“수사의뢰 없다” 업체와 사전교감?

민선 6․7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역점적으로 추진한 대중교통체계 개편(버스 준공영제)에 연간 1000억원 가까운 도민혈세가 투입되고 있지만, 업체들 배불리는 ‘돈잔치’였음이 감사위원회 감사로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무엇보다 일부 업체이긴 하지만 대주주 가족들이 임원으로 등재, 거액의 연봉을 챙긴 것과 관련해 버스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심지어 “버스업체들의 족별경영에 제주도가 도민혈세를 지원하는 꼴”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지난 4월4일부터 30일까지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감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버스업체들의 임원 인건비가 표준급여보다 연간 6억5084만원 더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비직 등의 인건비 집행잔액을 반납하지 않고 서비스 개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임원 인건비로 전용한 것이다.

일부 업체는 임원 인건비 인상률도 제멋대로 조정했다. 7곳 중 3곳의 버스업체 임원의 임금 인상률은 버스준공영제 시행 초기인 2017년 9월과 비교해 2018년 9월 각각 33.3%, 30.3%, 23.1% 올랐다. 표준운송원가에 반영된 임금인상률(2.6%)보다 많게는 10배 높게 올린 것이다.

A업체는 90세의 대표이사 모친에게 이사회장 직책을 부여하고, 2017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매월 700만~884만원씩 총 1억100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또 다른 B업체는 83세의 대표이사 모친에게 매월 550만~75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운수종사자의 복지를 위해 지불해야 할 기타복리비를 대표이사 대외활동비, 명절 선물비 등으로 부적정하게 집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모두 1005건, 3억741만원에 이른다.

5일자 제주의소리 <결국 ‘눈먼 돈’이었다!…90세 대표 모친에 月800만원 펑펑> 기사에 달린 수십개의 댓글 대부분은 제주도를 강하게 질타나는 내용들이다.

아이디 ‘날로 먹는 고양이’는 “사전 철저한 준비나 계획 없이 즉흥적인 포퓰리즘으로 결정한 대중교통체제 개편은 최악”이라고 했고, ‘도민’은 “사기에 횡령이다. 경찰에 고발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제주도는 5일 감사결과에 따른 4개 분야 23개 과제별 후속조치를 내놓았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제주도는 우선 제도분야에서 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위한 14개 분야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올해 내 가칭 ‘버스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정지원 분야에서는 버스 조례 제정을 토대로 표준운송원가의 매년 산정, 외부 감사인을 통한 회계감사 등을 추진키로 했다.

도민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는 임원 인건비와 관련해서는 버스업체와 비상근 임원에 대해서는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협약을 맺었다. 특히 정해진 원가보다 초과지급하는 경우 회계조사를 통해 운송원가를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표준운송원가 정산시스템에 대한 종합회계관리기능 개선과 관련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운송관리시스템(BMS) 구축 사업과 정산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스 노선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버스노선 신설․조정 시 노선조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해 효율성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성 교통항공국장은 “이번 감사위원회 대중교통체계 개편 성과 감사결과를 계기로 더욱 더 투명한 준공영제가 정착되고 대중교통체계가 안정화 되어 도민불편이 최소화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근본처방이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더군나다 임원들에게 과다 지급된 인건비에 대해 당장 회수 조치에 나설 계획이 없다거나 수사의뢰 계획이 없다고 밝혀, 지난 9월2일 버스업체와의 ‘버스 준공영제 제도개선 협약’ 체결이 이 같은 교감을 전제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특히 업체 상당수가 가족․족벌경영 체제임에도 “적정이윤을 보장해주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임원 인건비로 전용돼 지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어차피 업체에 보장된 이익금 중 일부”라고 말해, 행정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결국 현대성 국장은 “부당하게 과다 지급된 재정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다음해 재정지원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환수 조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편 제주도는 2017년 8월 이용자 중심의 노선 확대와 서비스 질 개선, 운수종사자의 근로여건 향상을 위해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제주도가 지난해 이들 버스업체에 지원한 예산은 963억여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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