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 '링링' 할퀴고 간 서귀포시 서호동 감귤하우스 10동 ‘폭삭’

제13호 태풍 '링링(LING LING)'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7일 이른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의 비닐하우스는 원 형태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주저앉아 내렸다.

뼈대는 엿가락 같이 휘어졌고, 지붕을 감싼 비닐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하우스 위를 덮친 굵은 나뭇가지는 어떻게 날아온 것인지 모를 정도의 크기였다. 하우스 한쪽 귀퉁이는 이미 바닥과 맞닿았고, 반대편은 건물을 덮치고 있었다.

온실 속 감귤도 온전할리 없었다. 감귤의 보금자리였던 비닐하우스는 여기저기 휘어지고 꺾인 채 막 익어가고 있는 감귤 열매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곳곳에서 막 영글고 있는 주홍빛 감귤이 눈에 띄었다.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다음주부터 추석 명절이니까 오늘부터 수확하려고 했지. 여지껏 농사 지으면서 이런 피해를 본 일이 없었다니까! 어떻게 하냐고, 어떻게..."

밤 사이에 쑥대밭이 된 자신의 감귤 하우스를 바라보던 현철조(79) 할아버지는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복구 작업에 손대야 할지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다.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에서 현철조 할아버지가 남은 감귤이라도 살려보려고 무너진 하우스를 안간힘을 다해 끌어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지난 6일 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제주 전역에 영향을 미친 태풍 '링링'으로 인해 현 할아버지가 농사짓고 있는 약 3000㎡ 규모의 하우스 감귤밭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하우스 10개동이 모두 주저앉아 내렸다.

'링링'은 순간 최대풍속 30m/s를 훌쩍 뛰어넘는 강풍을 몰고 왔다. 실제 이날 태풍의 영향으로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순간최대풍속이 39.3m/s을 기록했다. 

거센 비바람 앞에 현 할아버지의 비닐하우스는 무력했다. 한라봉 농사를 짓는 약 1500㎡ 규모의 시설하우스는 아직 무르익기 전이었고, 1300㎡ 규모의 하우스 감귤은 추석을 겨냥해 막 수확을 앞둔 참이었다. 다음주부터 이어지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닥친 날벼락에 상실감은 배가 됐다.

"죽고 싶은 마음이지 다른 생각이 있겠어요. 전기시설이며 하우스며 1억5000만원 넘게 들인 곳이야. 아직 융자도 많이 남아있는데 도대체 어쩌라는건지..."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주저앉은 서귀포시 서호동 소재 감귤하우스. ⓒ제주의소리

그늘진 입가에 깊은 한숨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해마다 가입해 오던 농작물 재해보험도 올해는 아직 가입 전이었다. 언제나처럼 추석 앞두고 가입하면 되겠거니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 됐다.

무너진 시설하우스 속에서 살아 남은 감귤은 사실상 상품성을 잃었다. 전선이 얽혀있는 내부 철거 작업 역시 기술자를 따로 불러다 진행해야 한다. 사태를 수습하는데도 또다시 적지않은 비용이 든다.

현장을 찾은 제주도 농정당국 관계자 등은 움푹 파인 '분지'와 같은 지형 내에 감귤 하우스가 위치하면서 강풍이 회오리바람으로 돌변해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 할아버는 "감귤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비닐하우스 시설을 철거하고 나면 다시는 비닐하우스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며 분하고 애타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편, 이번 제13호 태풍 링링에 의한 피해는 날이 밝으면서 속속 추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풍에 의한 피해보다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비보다 바람이 문제였다. 강풍으로 인해 전선이 끊기거나 건물 외벽이 떨어져나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해 제주지역 곳곳에서 안전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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