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 대표전통시장 동문‧서문시장 ‘한산’…날씨‧경기 ‘흐림’ 한몫
추석을 코앞에 둔 제주도내 전통시장의 표정은 시장을 지키는 상인도 시장을 찾은 도민들도 생각처럼 밝지 않았다. 추석 대목을 실감하기 어렵다는 상인들의 하소연과, 차례상을 차리기 겁이 날만큼 물가가 비싸다는 도민들의 근심 가득한 한숨소리가 시장 곳곳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나 제수용품을 취급하는 점포에는 상대적으로 손님들이 붐볐고, 최대한 물건 값을 깎으려는 손님과 못이긴 척 깎아주는 상인들 사이에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그나마 명절대목임을 알려줄 뿐이었다.
이날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동문시장을 찾은 주부 강모(60)씨는 “집 주변에도 중·대형마트가 있지만, 명절 때만큼은 전통시장을 찾는다.”며 “시장에 와야 명절을 느낀다. 그러나 시장도 점점 명절 대목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떡집에서 만난 주부 최모(45)씨는 “제가 어릴 때는 명절 때 차례상에 올릴 송편이나 지름떡(기름떡)은 물론 제물 모두를 집에서 만들었지만 요즘은 시장에 오면 다 있다. 맞벌이 하느라 부득이 많은 제물을 사다 쓴다”며 “그러나 5만원짜리 지폐로 살 수 있는 게 몇 가지 안 된다. 나도 별로 산 것도 없는데 30만원을 훌쩍 넘었다”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동문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A씨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추석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옛말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 1980년대부터 동문시장에서 근 40년을 장사해온 B씨는 “올해는 가을장마다, 가을태풍이다 하면서 유난히 날씨가 고르지 않다. 특히 주말 매출을 기대하는 시장에 거의 매 주말마다 비가 와서 울상”이라며 “관광경기 건축경기 좋을 때와 비교해선 안 되지만 요즘 같으면 40년 가까이 해오던 점포도 그만두고 싶을 만큼 매출이 떨어져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절 연휴를 준비하는 자영업자들도 시장을 찾았다.
인근 제주 서문공설시장도 추석 대목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서문시장은 동문시장에 비해 더 한산했다. 상인들은 뜨내기손님보다 단골이 많은 특성 때문에 아직은 시장이 덜 붐빈다고 설명했다.
30년 가까이 서문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귀종 전 서문시장 상인회장은 “아직은 본격적인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지만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손님이 늘고 있다. 단골들 주문 전화와 배달 전화도 크게 늘었다”며 “특히 서문시장의 자랑인 정육식당에도 많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추석명절이 대목은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상공회의소가 추석을 앞두고 도내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추석 제수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제수용품 구매비용은 23만7920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비해 0.5% 하락한 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