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수도권에서 도농간 직거래 장터로 활용된 제주 농수축산물 직판장 건물 처리를 두고 제주도와 서울시가 소송을 벌이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도가 제주지방법원에 서울시를 상대로 3억7631만원 상당의 매매대금 민사소송을 제기해 오는 10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1993년부터 도농간 농산물 유통 활성화 차원에서 체비지에 지역 특산품 직판장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제주도는 1998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 인근 체비지 991㎡에 10억원을 투입해 지상 2층 연면적 957㎡ 규모 철골조립식 가설건축물을 짓고 농수축산물 직판장을 운영했다.

제주 특산물을 서울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며 직거래와 농수산물에 대한 수도권 홍보의 장으로 활용돼 있다. 연간 매출액은 13억원 안팎이었다.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제주도는 그동안 농수축산물직판장 설치 및 운영조례에 따라 위탁운영자를 모집해 영업을 맡겨 왔다. 2016년에는 8000만원을 들여 시설개선 사업까지 진행했다.

서울시는 줄곧 직영을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위탁운영을 고수했다. 결국 서울시는 종합단위 지구계획 수립에 따른 대부지 회수를 이유로 2017년 11월 제주도에 부지 원상복구를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는 부지 매각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인근 토지를 소유한 모 대기업의 공동개발사업 계획 추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는 2018년 2월 대부계약 만료에 따른 재계약 거부를 제주도에 통보했다. 제주는 그동안 계약을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서울시에 연간 임대료 1억5000만원을 지급해 왔다.

임대 20년 만에 쫓겨날 위기에 내몰린 제주도는 민법상 지상물매수권을 주장하며 2018년 8월 서울시를 상대로 매매대금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3월 이 사건은 민사 합의부로 넘겨졌다.

현행 민법 제283조(지상권자의 갱신청구권, 매수청구권)에는 지상권이 소멸한 경우, 공작물이나 수목이 현존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지상권설정자가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않을 때는 지상권자가 상당한 가액으로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지상물매수청구권이라고 부른다.

제주도는 이 법령을 내세워 감정가 3억7631만원 상당의 건물을 토지주인 서울시가 매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송에 나선 것도 법령 검토에 따른 승소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민법상 대부계약 관계에서 해지가 불합리하게 이뤄질 경우 지상물매수청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아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대부계약 체결 당시 원상회복 조건을 명시한 만큼 계약 해지와 함께 제주도가 시설물을 자진 철거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필요도 없는 건물을 매입하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대부계약 당시 원상복구를 약속한 만큼 이제는 소송 결과를 지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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