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JDC대학생아카데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지영 과장 "불가능이 아니라 불편함일 뿐"

"저는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13년 차 직장 선배로서, 핸디캡을 가진 사람으로서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와 [제주의소리]가 공동주관하는 JDC대학생아카데미 2019학년도 2학기 세 번째 강의가 10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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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2019년도 2학기 JDC대학생아카데미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지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장. ⓒ제주의소리

110cm의 작은 키에도 남다른 도전정신과 포부로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이지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장이 이날 강단에 섰다.

그는 '나는 ○○중독자'라는 주제로, 내내 경쾌하고 밝은 기운으로 장내의 이목을 끌었다. 

이 과장은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가족 중엔 아무도 작은 사람이 없었다. 언니는 172cm에 미인대회 출신이다. 흔히 작은 게 유전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홀로 이렇게 태어났다. 왜 작냐고 물으면 돌연변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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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2019년도 2학기 JDC대학생아카데미 강연 전 짧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정종우 아나운서(왼쪽)와 이지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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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장이 10일 2019년도 2학기 JDC대학생아카데미 세 번째 강연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가 평생 겪어내야 하는 작은 키의 원인은 '가연골 무형성증'.

뼈와 뼈 사이에 연골이 없어 뼈끼리 부딪히고 휘어, 키가 클 수 없고, 운동능력은 점차 떨어진다. 툭하면 넘어지고, 예쁜 옷은 모두 눈에 떡이다. 밤이면 부은 허리와 무릎 등이 소리를 지른다. 심장이 터질 만큼 달려보는 것이 오랜 그의 꿈이다.

그럼에도 이 과장은 "저를 한번 본 사람은 절 잊지 못한다. 길 가다 본 예쁜 사람은 다시 기억을 못 해도 집에 가면 저는 '오늘 강연 온 키 작았던 사람'으로 기억이 날 거다. 때론 불편하지만 이젠 감사하며 살아야 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어릴 땐 친구들이 놀려 쉬는 시간 화장실을 못 다녀 방광염을 달고 살았다. 돌멩이에 맞아 이마엔 아직 그때의 흉터와 마음의 상처가 생겼다. 소풍이나 체육대회면 선생님은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 속단하고 '하루 집에서 쉬는 게 어떻냐'고 말해 혼자 많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오기와 반발심으로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서울에 상경해 한양대학교에서 2년 연속 과대표를 맡고 호주로 어학연수도 떠났다. 대학을 우등 졸업한 뒤 60개의 이력서를 쓰고 7번의 면접을 본 끝에 삼성에 입사했다.

이 과장은 "대학생 땐 공동기숙사 샤워실의 샤워기가 손에 닿지 않았다. 두근거리며 갔던 호주에선 홈스테이 할 집 앞에서, 팔을 다 뻗어도 닿지 않는 문고리에 허탈감을 느꼈다. 입사 면접에선 질문을 받지 못하거나 인신공격을 받기도 했다"며 쓴 경험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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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장이 10일 2019년도 2학기 JDC대학생아카데미 세 번째 강연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어린아이는 넘어지고 다치며 결국은 성인이 됩니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해' 생각이 들더라도 넘어서고 나면 반드시 성장해 있습니다."

그가 중독된 ○○은 바로 '도전'이었다. 반복되는 고난에도 그는 자신을 믿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세상을 바꿀 수 없기에 자신의 규칙을 만들어 나갔다. 발이 닿지 않는 엑셀과 브레이크를 보조 장치로 넣어 양손으로 운전을 터득한 것도 그 한 예다.

이 과장은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라 불편함이다. 못하는 건 없다. 안 하는 게 있을 뿐"이라며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생의 모든 건 순간의 합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께서도 순간과 찰나를 소중하게 여겨 인생을 풍성하게 하셨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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