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인터뷰]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 이창우 관제사 “명절에 전 고향 가본적 거의 없죠”

총사업비 58억원을 들여 2012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하1층 지상10층 규모로 건설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제주VTS는 레이더 등 선박탐지장비를 이용해 선박들의 해상교통과 질서유지,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총사업비 58억원을 들여 2012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하1층 지상10층 규모로 건설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제주VTS는 레이더 등 선박탐지장비를 이용해 선박들의 해상교통과 질서유지,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항 7부두 출입구를 통과해 국제여객터미널을 지나자, 거대한 제주항 부지 북동측에 우뚝 솟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10층으로 올라서자, 사방을 둘러싼 투명 유리 너머로 드넓은 제주항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경치 감상도 잠시, 완도를 출발한 쾌속선 블래나래호가 빠른 속도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제주항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어선이 접근하자 관제사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관제사가 레이더 모니터를 주시했다. 녹색 그림자를 남기며 이동하는 붉은색 점이 눈에 뜨였다. 192도 각도에서 쾌속선이 40노트(kn)의 속도로 접근중이라는 글귀가 보였다.

바로 옆에 어선이 243도 각도에서 8노트의 속도로 이동 중이라도 정보도 모니터에 떴다. 두 선박의 이동 방향과 거리, 교차지점까지 한 눈에 확인이 가능했다.   

“칙칙~(VHF 12번 무전소리) 지금 북쪽에서 여객선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확인하면서 안전하게 이동하기 바랍니다”

“네? 어느 쪽이라고요? 북쪽? 아! 네. 확인 했습니다”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탑에서 바라본 제주항 북측 해역 레이더. 중앙 상당에서 쾌속선이 빠르게 이동중이고 우측에서 어선이 접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좌측 알파벳과 숫자가 쓰여진 동그라미는 선석이 모자라 여객선이 임시로 머무르는 해역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탑에서 바라본 제주항 북측 해역 레이더. 중앙 상당에서 쾌속선이 빠르게 이동중이고 우측에서 어선이 접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좌측 알파벳과 숫자가 쓰여진 동그라미는 선석이 모자라 여객선이 임시로 머무르는 해역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소속 이창우(36,7급) 해상교통관제사가 제주VTS 관제탑에서 제주항으로 입항중인 여객선을 확인하고 있다. 이 관제사는 추석연휴 야간 당직을 맡아 고향에 갈 수 없게 됐다.ⓒ제주의소리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소속 이창우(36,7급) 해상교통관제사가 제주VTS 관제탑에서 제주항으로 입항중인 여객선을 확인하고 있다. 이 관제사는 추석연휴 야간 당직을 맡아 고향에 갈 수 없게 됐다.ⓒ제주의소리

하루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모습이다. 제주VTS는 레이더 등 선박탐지장비를 이용해 선박들의 해상교통과 질서유지,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곳이다.

1993년 국내에 처음으로 VTS가 도입된 이후 제주항도 1998년부터 해양수산부 산하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관리단에서 별도의 관제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해 왔다.

국내 여객선과 국제 크루즈선 증가로 여객 수송객이 늘자, 정부는 총사업비 58억원을 들여 2012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하1층 지상10층 규모의 현재 제주VTS를 건립했다.

건축물은 연면적 1952㎡, 관제탑 높이만 44.7m에 달한다. 레이더와 폐쇄회로(CC)TV,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 최신의 선박탐지장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로 9년차인 이창우(36,일반직7급) 해상교통관제사는 올해 5월부터 제주VTS 일원이 됐다. 한국해양대 졸업 후 승선경력을 쌓아 2011년 해양경찰 해상교통관제사 공채에 합격했다.

해상교통관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5급 이상 항해사 면허를 소지하고 1년 이상의 승선경력을 갖춰야 한다. 이후 해양경찰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 경력경쟁채용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10만톤 규모의 LNG선과 벌크선 등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바다와 가까워졌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국가와 나를 위해 보람된 일을 고민했고 결국 해양경찰이 됐습니다”

총사업비 58억원을 들여 2012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하1층 지상10층 규모로 건설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제주VTS는 레이더 등 선박탐지장비를 이용해 선박들의 해상교통과 질서유지,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총사업비 58억원을 들여 2012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하1층 지상10층 규모로 건설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제주VTS는 레이더 등 선박탐지장비를 이용해 선박들의 해상교통과 질서유지,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소속 이창우(36,7급) 해상교통관제사가 제주VTS 관제탑에서 추석 당직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이 관제사는 추석연휴 야간 당직을 맡아 고향에 갈 수 없게 됐다. ⓒ제주의소리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소속 이창우(36,7급) 해상교통관제사가 제주VTS 관제탑에서 추석 당직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이 관제사는 추석연휴 야간 당직을 맡아 고향에 갈 수 없게 됐다. ⓒ제주의소리

경북 포항출신인 이씨는 지난 8년간 명절에 고향을 찾은 적이 거의 없다. 올 추석도 마찬가지다. 연휴 첫날부터 야간 근무가 기다리고 있다. 쉬는 날에도 비상대기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관제탑에는 18명의 해양교통관제사들이 팀당 4명씩 3개조로 돌아가며 관제업무를 맡고 있다. ‘주주야야비비’로 이어지는 근무시간은 주간 오전 9시~오후 6시다. 나머지 시간은 야간근무다.

이번 추석에도 목포와 부산, 완도, 여수 등 6개 항로에서 9척의 여객선이 100차례에 걸쳐 귀성객을 실어 제주 본섬을 오간다. 나흘간 뱃길 이용객만 9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명절에 부모님을 뵌 적이 있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운 좋게 연휴에 비번이 걸려도 하루 만에 고향을 오가기도 어렵고 비상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어 그냥 포기하고 지냅니다”

연중무효의 관제업무 특성상 주말과 휴식은 애초 잊어야 한다. 선박 해양기술 발달로 다양한 선종이 등장하면서 충돌위험이 높아졌다. 관제 구역 내 통항량이 늘어 매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제주공항의 항공관제와 달리 제주항 해상관제는 크루즈선과 국내 여객선, 화물선, 어선, 모선과 예선 등 다양한 선박이 서로 다른 크기와 속도로 이동해 신경 써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18년 한해 제주VTS에서 관제한 상선은 관제구역 진출입과 항만 입출항을 포함해 총 5만5000척에 이른다. 하루 150여척 꼴이다. 이에 어선까지 더하면 실제 관제량은 훨씬 많다. 

“집중관제를 수행할수록 업무 피로도는 늘 수밖에 없죠. 저처럼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명절이 되면 더 힘들어요. 그래도 귀성객들의 안전을 위해 맡은바 임무를 다해야죠”

지상10층, 44m 높이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내려다 본 제주항 여객터미널의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지상10층, 44m 높이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내려다 본 제주항 여객터미널의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총사업비 58억원을 들여 2012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하1층 지상10층 규모로 건설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제주VTS는 레이더 등 선박탐지장비를 이용해 선박들의 해상교통과 질서유지,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총사업비 58억원을 들여 2012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지하1층 지상10층 규모로 건설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제주VTS는 레이더 등 선박탐지장비를 이용해 선박들의 해상교통과 질서유지,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곳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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